정부가 천연가스 등 액화가스가 기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로 데이터센터 열기를 식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세계 최초 냉열 모델을 제시, 에너지를 절감하고 탄소 저감에도 일조하는 게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액화가스 냉열을 이용한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개발 및 성능평가' 연구개발(R&D) 과제를 발주, 사업자를 선정 중이다. 내년까지 49억원가량을 투입, 액화가스 냉열을 이용한 데이터센터 냉각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등 정보기술(IT)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냉방 시스템을 가동한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비용의 40∼50%가 냉각 비용일 만큼 냉각 시스템에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액화가스가 기화할 때 발생하는 냉열을 회수해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게 이번 과제의 핵심이다.
액화가스가 기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냉열이 발생하지만 유효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이 냉열 에너지를 회수해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면 전력사용량 절감과 탄소배출량 저감이 가능하다. 기존 방식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30% 이상 절감하고 탄소배출량도 20%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주요 기업은 데이터센터 냉각 전기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 중이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북극권과 가까운 스웨덴 룰레오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북극권은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아 냉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메타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부터 저온 심층수를 활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나틱 프로젝트'를 2단계까지 수행했다. 에퀴닉스 등 데이터센터 임대 전문 기업도 풍력, 태양열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활용에 적극적이다.
액화가스 냉열 활용 모델은 아직 현장에 적용된 적 없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과제를 통해 소규모 실증도 진행한다. 실제 현장에서 액화가스를 활용해 냉각 시스템 구동이 가능한지 확인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또는 클라우드 운영자와 협력해 성능평가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냉각시스템 모니터링·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액화가스 냉열을 이용한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표준안을 정립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풍력 또는 심층수 등 수자원을 이용해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을 구동하는 친환경 모델을 개발하기 때문에 액화가스 냉열을 이용한 사례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시스템 지원을 위해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한 새로운 대안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