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들이 오는 23일을 시작으로 잇달아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신임 회장 취임을 공식화한다. 내정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신임 회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리스크 관리 강화와 금융지원 확대 기조라는 숙제를 가지고 광폭 행보를 시작하게 됐다.
오는 23일 가장 먼저 신한금융지주가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진옥동 내정자가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진옥동 회장 내정자에 대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선임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ISS가 찬성 의사를 던지면서 무난한 선임이 예상된다.
이날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 이임식에 이어 진옥동 신임 회장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취약 차주와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종합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만 60세 이상 고객의 창구 송금수수료 전액 면제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진 회장 취임 후에도 당국의 강화된 리스크 관리 방안에 발맞춘 정책을 검토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24일에는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임종룡 내정자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관치금융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았지만 내부통제 미비로 불거진 직원의 거액 횡령 사태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등을 마무리짓고 금융당국의 강화된 기조에 부응하는 움직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룡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 전 금융위원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되레 당국과 금융지주 간 균형있는 시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신임 회장 취임 후 우리은행장 인선에 곧바로 착수하게 된다. 이미 신임 회장 취임 전부터 계열사 인사를 단행해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지주 회장 인선과 갑작스러운 우리은행장 사임으로 뒤숭숭해진 내부 분위기를 빠르게 정리하는 게 당면 과제다. 이후 증권사 인수합병에도 속도를 내게 된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임기가 오는 11월까지다. 올 한 해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승계 작업과 내부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임 사외이사 3명, 중임 사외이사 3명을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하게 된다. 사외이사 7명 중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 유럽연합(EU)가 의무화한 사외이사 여성비율 40%를 넘어서게 된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를 임기 2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기존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사외이사는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변동폭이 비교적 적다. 사외이사 8명 전원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 중 6명은 연임을 결정했다. 백태승 이사와 권숙교 이사가 물러나고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교수가 새 후보로 추천받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