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배터리 장비 업체인 선도지능장비가 한국에 진출했다. 선도지능은 전극, 조립, 화성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만드는 종합 장비 업체다. 국내 배터리 업체 수요에 본격 대응하기 위한 한국 진출로, 국내 장비사들과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선도지능은 경기도 안양에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출신 인사를 한국 법인 대표로 영입하고 인력을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에도 처음 참가하며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섰다.
선도지능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법인이나 인력을 통하지 않고 중국에서 한국 수요에 대응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회사는 직접 진출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도지능은 대형 이차전지 장비 업체다. 연매출이 70억위안(2021년 기준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중국 CATL·비야디(BYD) 등 자국 배터리 업체는 물론 LG·삼성·SK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공장에도 장비를 납품했다.
빠르게 성장한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로 진출, 유럽 배터리 자립의 대표격인 노스볼트 설비를 선도지능이 공급했다. 프랑스 배터리 업체 ACC도 선도지능 고객사며, 유럽 테슬라에도 장비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도지능은 규모의 경쟁력에 배터리 소재와 전극 부품을 만드는 전극 장비, 전극을 분리막 등 다른 소재와 결합해 셀 형태를 만드는 조립 장비, 셀에 전기적 성능을 측정하는 화성 장비를 모두 만들 정도로 기술력도 갖추고 있어 국내 이차전지 장비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는 전기차 가격 인하가 화두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 인하가 필수다. 즉 배터리 제조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이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장비에 수요가 몰릴 수 있다. 단 전기차 배터리는 안정성이 중요, 품질도 동시에 만족하느냐가 관건이다.
선도지능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제조까지 한국에서 추진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은 이차전지 분야에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해외 진출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는 경우가 잦다. 업계에 따르면 선도지능 외 또 다른 중국 배터리 장비사가 미국 공급을 위해 한국 내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도지능은 영업 인력 외에도 사후서비스(AS)와 장비 개발 인력도 확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도지능장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