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외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코 속 혈관과 림프관(림프액이 이동하는 통로) 3차원 정밀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했다. 향후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효과적인 비강면역 활성화 연구를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홍선표 연구위원팀이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냈다고 22일 밝혔다.
코로나19 증상 원인 파악, 비염치료 개선 등 비강면역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심혈관 연구'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21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코 특히 비강 점막은 외부 병원균과 이물질을 막는 최초의 면역 장벽이다. 비강면역을 형성하려면 미세혈관과 림프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면역세포가 림프절로 이동하고 다시 비강점막으로 돌아오는 통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강 내 구조가 복잡해 미세혈관과 림프관 공간분포나 상호 연결 등 3차원 구조와 세포수준 특성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항체를 형광물질로 표지한 후 단백질과 반응시켜 그 위치를 관찰할 수 있는 면역형광염색법을 활용했다. 생쥐와 인간 비강 내 미세혈관과 림프관 3차원 미세지도를 완성하고,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법을 병행해 비강의 분자세포 수준 면역 반응 특성을 규명했다.
분석 결과 모세혈관 외에 정맥혈이 순환하는 '정맥동 혈관'이 비강 내 광범위 분포함을 확인했다. 또 말단이 둥근 일반 림프관과 달리, 뾰족한 형태의 비전형적인 림프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수한 분포를 확인했다.
이런 혈관과 림프관 분포는 외부 침입 병원균에 면역반응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특화된 것으로, 정맥동 혈관에서 면역세포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VCAM1 단백질'이 특이 발현했다. 이런 비전형적 림프관 내에서는 다른 장기 림프관보다 많고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이동함을 발견했다.
홍선표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비강 내 특화된 혈관과 림프관을 활성화하면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한 효과적인 비강면역을 확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면역반응 연구를 비강에서 인후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규영 단장은 “코로나19 이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 '질병X'에 대한 우려와 호흡기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감염의 표적이 되는 코와 인후에서의 면역반응이 중요하며, 특히 이러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혈관과 림프관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감염병 예방과 치료법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복잡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비강 내 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미세지도를 완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며 “비강면역 개선 및 비강 내 약물투여 연구에 큰 진전을 이룰 토대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