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시각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으나 시장 예상대로 베이비스텝을 결정했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뒤 기준금리(정책금리)를 현재 4.5~4.75%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SVB 파산에 이어 시그니처은행도 폐쇄가 결정되면서 금융 불안이 지속되자 베이비스텝으로 인상폭을 줄였다.
연준은 작년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고 이후 12월에는 빅스텝을 밟았다. 올해 1월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으로 인상 폭을 줄인데 이어 3월 회의에서도 베이비스텝을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연준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다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다”며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은 최근 40년 간 최악의 수준을 보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왔다. 작년에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이후 물가 상승세가 일부 둔화되자 작년 12월부터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감소하면서 다시 인상폭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해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SVB가 갑작스럽게 파산하고 이후 시그니처은행 폐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위기를 맞으면서 금융 위기가 번지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SVB 파산 이유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영향 때문이어서 금리 동결 필요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은행권 위기 때문에) 금리 동결을 고려했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수준이 너무 높아 올해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미간 금리차는 2000년 5~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폭을 기록해 자본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으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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