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변혜령·백무현 화학과 교수팀이 서종철 포스텍 화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가격이 상승한 바나듐을 대체할 수 있는 레독스 흐름전지용 유기 활성분자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는 원가와 발화 위험이 낮고, 수명이 20년 이상으로 길다.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한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활용할 수 있다. 활성물질로 바나듐이 널리 쓰이는데, 최근 원가 상승으로 대체 물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대체 물질로 유기 분자에 주목했다. 유기 분자는 다양한 합성 디자인으로 용해도, 전기화학적 레독스 전위 등을 조절할 수 있어 바나듐보다 높은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다만 용해도가 낮거나, 그렇지 않으면 레독스 반응 시 화학 안정성이 낮은 문제가 있다. 활성 분자 용해도가 낮으면 에너지 저장 용량이 낮아지며, 화학 안정성이 낮으면 사이클 성능 감소가 나타난다.
연구팀은 안정성은 높지만, 수계 전해액에서 용해도가 낮은 나프탈렌 다이이미드(NDI)를 활성분자로 사용했다. NDI에 네 개의 암모늄 기능기를 도입해 용해도를 1.5M(mol/ℓ)까지 끌어올렸다. 개발 NDI는 더욱이 내부 1개 분자가 2개 전자를 저장할 수 있다. 용해도는 바나듐(약 1.6M)보다 낮지만, 보다 높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한 레독스 흐름전지는 사이클 성능 감소도 낮았다. 1M NDI 분자를 중성 수계 레독스 흐름전지에 사용시 500사이클 동안 약 98% 용량이 유지됨을 확인했다. 이는 한 사이클 당 약 0.004% 용량만이 감소하는 수준이다. 45일간 작동 시 처음 용량 대비 2%만 감소된다.
연구진은 이런 성과가 화재 위험이 높은 현재 리튬-이온전지 기반 ESS를 대체하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혜령 교수는 “용해도가 낮은 유기 활성 분자를 이용해 레독스 흐름 전지 활성 분자로 사용할 수 있는 분자 디자인 원리를 보였다”며 “향후 수계 레독스 흐름전지로 사용 시 고에너지밀도, 고용해도 장점과 함께 중성의 수계 전해액을 사용할 수 있어, 기존의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산성용액 사용에서 오는 부식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싱 비크람 연구교수, 권성연·최윤섭 박사과정 연구원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 머터리얼즈' 2월 7일자에 온라인 출판됐다. KAIST 화학과의 이예림 박사과정 연구원, 임미희 교수팀도 힘을 보탰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기초과학연구원, 재단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