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터리 분산 배치, 전력 차단 시 우회 전력망 확보 등을 데이터센터 화재 재발 방지책으로 내놓는다. 데이터센터 보유 기업은 업무연속성계획(BCP), 모의 훈련 등 화재 대응력을 높이는 자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서비스 안전성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 이르면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은 배터리 관련 사고 대응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이 보관된 지하 3층 전기실에서 일어났다.
과기정통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일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물리적으로 완벽히 분리되지 않은 공간(천장 공간이 미분리된 격벽)에 배치돼 화재 열기 등으로 UPS 작동이 중지됐고, 일부 전원 공급도 중단됐다고 분석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때문에 특정 배터리에 불이 나더라도 주변 배터리로 옮겨 붙지 않도록 배터리 랙 사이에 일정 간격의 이격거리를 두기로 했다.
전기실 내 천장에는 배터리 관련 전선(케이블) 외에 다른 케이블이 지나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불길이 전기실 위 대형 강판으로 이뤄진 케이블 보호 장치(부스덕트)를 태우면서 피해가 커졌다. 종합대책에 케이블 배치 내용이 담긴 이유다.
배터리실은 데이터센터 지상 22m, 지하 9m 내(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에만 설치하도록 했다. 화재 발생 시 빠른 진화를 위해서다.
화재 발생 시에도 전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한국전력공사의 '바이패스' 경로를 설치해야 한다. 바이패스란 화재 등으로 배터리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한전 전원을 바로 공급하는 우회 전력망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 보유 기업은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비를 위해 업무연속성계획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합동 모의훈련 등을 진행, 수시로 사고 대비 상황을 점검한다.
정부는 기술검증협의체를 꾸려서 데이터센터 배터리 화재 예방 기술 등 디지털서비스 안전 관련 기술을 실험·검증·실증한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이번 대책 발표로 추가 안전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축 데이터센터에는 배터리 이격거리 확보, 바이패스 경로 설치 등을 적용하기 쉽지만 이미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물리적 변경과 투자 등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화재 등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있지만 신축과 기존 구축 센터 간 차별점을 두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행령, 가이드라인 등 지침을 개정하고 주요 사안을 반영하는 등 구체화한 대응책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