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66〉챗GPT가 다른 인공지능 기술과 다른 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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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또 한번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챗GPT 기술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한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챗GPT를 가리켜 'AI 발전의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 언급한 바 있다. AI 기술은 과거에도 존재했는데 특히 이번 챗GPT 기술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챗GPT가 남다른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대중적 이해도를 높였다는 데 있다.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부분 중 하나가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관련 기술의 의미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특히 어떤 기술의 부가가치는 해당 기술을 다양한 산업 내지 제품군에 적용해 활용할 때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하지만 AI과 같이 더욱 고도화된 기술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과거 AI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의 역량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억지로 기획해야만 했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 같은 경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둑 대국을 두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챗GPT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쉽게 해결됐다. 챗GPT는 AI 기술을 구현하고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배우거나 언어를 습득할 필요가 없다. 그저 친구들과 채팅하는 것처럼 AI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된다.

이렇게 사용자 친화적인 AI 기술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 가장 진화된 AI 기술을 직접 활용해 볼 기회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각자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이 더 숙성단계에 이를 경우, 해당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은 추후 AI 관련 기술 활용도와 부가가치를 더 높이는 기회가 된 것이다.

특히 AI 기술은 활용자가 많아질수록 발달하는 기술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AI는 더 많은 학습을 거칠수록 파라미터도 많아지고 성능도 개선된다.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GPT 확장성과 활용 가능 범주가 넓어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파라미터는 인간의 뇌에서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시냅스, 다시 말해 신경 세포 접합부 역할을 한다.

챗GPT가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MAU) 1억명을 돌파하고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2018년 오픈AI가 첫선을 보인 GPT-1은 파라미터(parameter, 매개 변수) 수가 1억1700만개 정도에 그쳤으나 2019년 출시한 GPT-2는 15억개, 2020년 등장한 GPT-3은 1750억개로 대거 늘어났다. 그리고 이런 GPT-3을 한 번 더 개선한 GPT-3.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챗GPT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이제 AI 시대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챗GPT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언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실제 원천 기술이 보유하고 있는 부가가치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단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기업들이 점점 바빠져야 할 시점인 듯하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는 회사는 단 한 곳이지만 해당 기술을 활용해 성과를 거두는 회사들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