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와 서울대 공동 연구팀은 거미 다리 기능을 모사한 의료용 센서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호흡이나 근육 움직임 같은 큰 거동의 생체 신호부터 미세한 맥박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인체 내 직접 삽입 없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유연한 재료와 전극 구조 설계를 이용한 '소프트 센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소프트 센서는 기존 의료용 장치가 측정할 수 없었던 아주 미세한 압력과 진동 같은 기계적 신호와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또 센서 고유의 부드러운 특성이 있어 피부에 부착했을 때 피부 경계면 자극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환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정밀한 생체 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용 전자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개발된 센서는 측정할 수 있는 범위와 민감도 사이에 트레이드 오프 관계를 가지고 있어 측정하기 위한 부위에 따라 별개 센서가 필요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대 공동 연구팀은 이런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미의 감지 기관인 슬릿(slit)을 주목했다. 거미는 다리 관절마다 미세한 슬릿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거미줄의 진동을 감지해 먹잇감을 포식하거나 포식자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먹잇감을 잡을 때는 다리를 펴서 슬릿 기관을 민감하게 만들고, 거미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한다. 이와 반대로 외부의 포식자들이 발생시킨 큰 진동을 포착하면 다리를 구부려 슬릿 기관이 큰 외력에만 반응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이런 거미 다리의 구부림 이완을 통한 슬릿 기관의 민감도 조절에서 영감을 받았다. 연구팀은 유연한 폴리이미드 필름 내에 금속을 증착 후 나노 스케일의 크렉을 형성시켰다. 이때 외부 스트레인 설정이 가능한 프레임을 늘려주면 센서 민감도는 급상승하게 되고 초미세 압력까지 감지할 수 있다. 프레임을 다시 풀어주면 센서는 이완되고 상대적으로 더 큰 압력을 측정할 수 있다.
이같이 민감도 조절이 가능한 센서는 호흡과 인체 근육처럼 움직임의 범위가 큰 거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또 손목 맥박과 같이 작은 생체 신호도 측정 가능하다. 이렇게 측정된 맥파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npj 플렉서블 일렉트로닉스'(npj Flexible Electronics) 지난 9일 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공동 연구팀의 강대식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의료용 센서를 통해 다양한 크기를 가진 생체 신호를 단 하나의 센서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건강 상태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웨어러블 헬스 케어 장치 구현이 가능하고, 수술 중에도 혈압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의료용 센서로 다각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동성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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