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불투명 시트지 부착 문제를 두고 국무조정실이 직접 해결에 나섰다. 담배 광고 노출을 차단해 흡연율을 낮추자는 제도 취지와 달리 편의점 안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편의점주들은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도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조실은 편의점 시트지 부착 문제를 '규제심판'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규제심판제도는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규제 심판부가 개선 필요성을 판단해 소관 부처에 규제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지난해 8월 첫 번째 안건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 개선 방안이 채택돼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국조실은 안건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국조실 규제총괄정책관실은 서울청사에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담배판매업중앙회와 간담회를 열고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국민건강증진법, 담배사업법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의견 수렴도 마친 상태다.
정부가 이같은 움직임에 나선 것은 편의점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4에 의거해 지난 2021년 7월부터 담배광고물 외부노출 사례를 단속하고 있다.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구체적인 단속 기준이 없다 보니 편의점은 불가피하게 매장 전면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여 내부를 가리고 영업 중이다.
업계에서는 불투명 시트지가 범죄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편의점 내 범죄는 지난 2017년 1만780건에서 2021년 1만5489건으로 43.7% 증가했다. 불투명 시트지 부착으로 인해 이같은 증가 추이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 '인천 편의점 강도 사건'의 경우 비교적 번화가에 사람이 많은 밤 10시경 사건이 일어났다”며 “불투명 시트지가 편의점 내외부 시선을 차단해 근무자의 안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시트지 단속이 시작된 지난 2021년 청소년 흡연율은 4.5%로 전년 대비 0.1%포인트(P)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는 과도한 처벌 조항 삭제, 담배광고 외부노출에 대한 단속 예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은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내달 중순 예정된 가맹점 단체 총회 이전에 개선 움직임이 없을 경우 가맹점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날짜를 정해 시트지를 일제히 탈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담배광고 노출 차단 취지와 달리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