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규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가운데 약 18%가 벤처기업 확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유치 사실만 입증하면 되는 간단한 절차에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벤처기업 확인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2007개사 가운데 360개사가 벤처기업 확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17.9%에 이른다.
중기부가 유니콘 기업으로 꼽은 15개사 가운데에서도 쏘카, 티몬 등 다수가 벤처기업 확인을 받지 않았다. 중기부가 벤처·스타트업 고용 현황 파악을 위해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기업과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의 수를 각각 추출한 통계에서 확인한 결과다.
벤처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벤처기업 확인을 받는 것은 매우 쉽다. 5000만원 이상, 투자 유치 금액이 기업 자본금의 10% 이상이라는 사실만 벤처캐피탈협회로부터 검증받으면 된다. 별도의 심사 서류가 필요한 혁신성장형이나 연구개발(R&D)형과 달리 투자 사실만으로도 벤처기업이 될 수 있다.
벤처기업계 안팎에서는 벤처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벤처기업 확인을 받지 않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제도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확인에 따른 이익이 미미해서다.
벤처투자를 유치하고도 벤처기업 확인을 받지 않은 한 기업의 대표는 “현행 제도상으로는 벤처기업 확인에 따른 실익이 전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투자 유치 사실만으로도 이제는 충분히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벤처기업은 물론 별도의 인증을 굳이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와 업계는 벤처기업 확인에 따른 혜택을 늘리는 것이 숙제다. 현행 벤처기업 확인 제도가 민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선정 방식은 혁신성과 성장성 중심으로 변화를 줬다. 보증대출형 확인 제도를 없앤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그러나 벤처기업 확인에 따른 혜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벤처기업계는 세제 혜택을 비롯해 벤처기업 확인에 따른 혜택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대한민국 혁신기업이 곧 벤처기업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지원 제도 자체를 벤처기업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