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펭톡을 이용해 영어 수업을 하니까 영어로 친구들이랑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편해졌어요.” “학습 미션을 성공하면 참치캔 받아 아이템을 살 수 있어 재밌어요.”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교육현장에도 AI 도구를 활용한 수업이 확대된다. 'AI펭톡'은 2020년부터 초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활용되는 에듀테크 기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에듀플러스는 AI펭톡을 활용해 영어수업을 하는 서울 신석초 6학년 2반 교육현장을 찾았다.
'띠로롱∼ 띠로롱~' 21일 오후 1시. 서울 신석초 6학년 2반 5교시 영어 시간.
교실 여기저기서 게임 음이 들린다. 학생들이 태블릿으로 AI펭톡에 접속하는 소리다. 학생들은 수업 종이 울리기도 전에 모두 태블릿을 준비해 AI펭톡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오지윤 담임교사도 스크린에 AI펭톡 화면을 띄워 놓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자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종이 울리고 나서 마지못해 교과서를 펼치는 일반적인 교실 풍경과는 달랐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 학습이 몸에 밴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AI펭톡으로 친구와 영어로 대화
“왓 데이 이즈 잇 투데이(What day is it today)?” “잇츠 튜즈데이(It's Tuesday).”
수업은 오 교사의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했다. AI펭톡 프로그램에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영어 문장과 단어가 흘러나왔다. 학생이 펭수 영어 문장을 듣고 쉽게 따라하는 학습 콘텐츠가 이어졌다. 학생은 오 교사가 영어로 질문을 하거나 AI펭톡과 대화를 할 때도 망설임 없이 영어로 대답했다. 친구 시선을 신경 쓰거나 대답이 틀릴까 걱정하는 학생도 보이지 않았다. 서로 먼저 대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오 교사와 학생은 AI펭톡 배경음에 따라 리듬을 타며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영어 시간이 아니라 자유 시간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분위기다. 교과서 본문 내용이 녹음된 음원을 들으면서 수동적으로 영어 수업을 하던 과거 교실과는 다른 모습이다.
학생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들을 찾아 나섰다. 영어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근황을 묻는 '스몰 토크(small talk)'를 시작했다. “하이 하우아유(Hi How are you)?”, “왓 워 유 두잉 온 더 위크엔드(What were you doing on the weekend)?” “아이 플레이드 바스켓볼 위드 어 프렌드 예스터데이(I played basketball with a friend yesterday).” 한순간에 교실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졌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이처럼 서로 안부를 물으며 영어 수업을 즐겼다.
“왓 두 유 라이크 투 두(What do you like to do?)”라는 학습 문장을 연습할 때는 친구와 게임하듯 수업이 이뤄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실내 물건 혹은 실외 활동 카드를 친구에게 보여주고 카메라로 스캔한 뒤, 영어로 발음하는 것이다.
이가현 학생과 정나윤 학생은 자전거 카드와 야구 도구 카드를 서로 보여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영어로 대화했다. 이가현 학생은 “친구와 함께 카드를 스캔하면서 영어 단어를 공부하니 몰랐던 단어도 쉽게 외우게 된다”고 말했다.
AI펭톡은 학생이 원어민 발음을 반복해 듣고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서준 학생은 “AI펭톡에서 나오는 원어민 발음을 듣고 따라 하는 연습을 많이 해 영어 발음이 좋아졌다”며 “발음이 좋아지니까 영어로 말하는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에 애플리케이션(앱)만 설치하면 어디서든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펭수와 복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업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AI펭톡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영어 발음에 대한 AI 분석, 학습 능력 등을 객관적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AI펭톡에서 자신의 영어 랭킹을 확인한 학생은 자연스럽게 학습 동기를 갖는다.
◇음성인식·버퍼링 오류 등 개선 필요
AI펭톡을 수업에 활용하는데 개선할 부분도 있다. “펭톡 스쿨 톡에 들어가세요. 미션 카드에 적힌 것을 읽고 스쿨 톡에 인식시켜보세요. 각자 점수를 모아봅시다” 오 교사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은 AI펭톡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미션카드에 적힌 영어 단어를 소리 내 읽었다.
“슈퍼 스타~(Super star), 슈퍼 스타~(Super star)” 유지안 학생이 AI펭톡 프로그램 음성 인식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열심히 영어 단어를 외쳤지만 뭔가 잘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지안 학생이 슈퍼 스타라고 말해도 AI펭톡은 “슈퍼마켓(Supermarket)”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상하네. 왜 나만 잘 안되지” 2반 학생들은 “가끔 펭수가 우리 발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조용한 집에서는 음성 인식이 잘 되다가도 시끄러운 교실에서는 펭수가 못 알아들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정다솜 학생은 “가끔 펭수가 버퍼링에 걸려 대화가 끊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고쳐지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수준별 맞춤 학습이 어려운 것도 한계다. 영어는 학생별 수준 편차가 큰 과목이다. 영어 노출 빈도가 높아 원어민처럼 잘하는 학생도 있지만, 학교 수업 시간에만 영어를 접하는 학생도 있다. 현재 AI펭톡은 학생 수준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정도 기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오 교사는 “AI 기반 학습 콘텐츠가 학습자 수준에 맞게 제공되지 않으면 관심도와 도전 욕구가 줄어든다”며 “초·중·고급 등 수준에 따라 학습하는 콘텐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라스트 원 미닛(Last one minute)!”
AI펭톡과 함께 한 영어 수업이 얼마 안 남았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성공적 미션 수행을 위해 태블릿에 입을 가져다 대고 열심히 영어 문장을 말했다. “오늘의 미션 여섯 문장을 모두 성공한 친구 있을까요?” 오 교사 물음에 많은 학생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저요, 저요” 2반 학생들 목소리에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노아영 학생이 자기소개 미션을 발표하던 중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노아영 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표를 계속 이어갔다. 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발표를 못한 학생은 다음 시간에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그제야 학생들은 영어 수업 시간이 끝난 것을 받아들였다.
오 교사는 “학생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대”라며 “이런 학생에게 AI펭톡과 같은 에듀테크 도구로 수업을 하면 학습 효과는 배가 된다”고 만족해했다.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