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사업적으로 우수하고 고객 취향을 잘 읽고 시장에 잘 대응하는 '이기는 디자인'으로 매력적인 솔루션을 제안하겠다.”
글로 하이퍼X2의 기획·디자인을 이끈 김강민(Ken Kim·켄 킴) BAT그룹 디자인 총괄의 말이다. BAT로스만스가 지난 달 출시한 글로 하이퍼X2가 혁신적 기능과 감각적 디자인으로 출시와 동시에 일부 색상의 제품이 품절 사태를 겪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총괄은 28일 열린 미디어 라이브 인터뷰를 통해 글로 디자인 철학과 개발 과정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김강민 총괄은 글로 하이퍼X2의 사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고객이 주머니에 제품을 넣는 장면을 수없이 연상했다는 김 총괄은 “글로는 360 인덕션 히팅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작돼 크기를 최소화하는데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히팅 시스템은 한계가 아닌 강점이라 생각해 엔진을 강조하기 위해 배럴링(barreling)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적의 셔터 매커니즘을 구현하기 위해 25도에서 75도까지 모든 가능한 각도에 대해 연구하고 아이리스 셔터의 꺾쇠도 한손으로 가장 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수십가지 모양을 연구했다”고 부연했다.
글로 하이퍼X2는 편의성을 높이고 색상 라인업을 다양화해 출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김 총괄은 글로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진정성과 심플함'을 꼽았다. 그는 “제품 자체에 기교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더 크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정성에 심플함을 더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제품 디자인 차별성에 대해서는 “색상, 재질, 모양 등 디바이스 전반에 걸쳐 대조미를 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갖는 의미와 한국 소비자의 특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총괄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소비자 트렌드의 벤치 마크로 본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정설이 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괄은 아시아 디자인의 강점은 '디테일과 정제'로 꼽았다. 그는 “BAT그룹의 디자인 팀에서도 한국인 4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면서 “현재 글로의 대표 기능인 부스트 모드, 아이리스 셔터의 디테일 등 많은 부분들을 사실상 한국인 팀원들이 모두 맡았다. 글로 프로 슬림 디자인의 초기 콘셉트는 한국 팀이 모두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오라클, LG전자와 같은 IT업계에서 내실을 쌓아온 김강민 총괄은 2020년 BAT그룹에 합류해 최초로 그룹 내 디자인 팀을 구축하고 이끄는 중이다. 지난해 그가 주도한 글로 프로 슬림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2022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BAT그룹은 김강민 총괄 영입과 함께 연소제품 위주에서 비연소 제품을 포함한 멀티 카테고리 기업으로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총괄은 “입사를 위한 인터뷰를 한 후, BAT는 담배회사가 아닌 진정한 '혁신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합류하게 됐다”며 “뛰어난 제품력을 바탕으로 글로가 가진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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