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보조금 관계없이 美 패키징 공장 건설"

영업기밀 제출 요구 '신중모드'
對中 장비 수출유예 최대한 연장
고부가 메모리로 불확실성 돌파
공급량 축소…하반기 업황 개선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과 무관하게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1년 유예 조치를 받은 대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는 한·미 정부 간 협의가 우선이지만 최대한 유예 조치를 연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신공장 계획을 묻는 질문에 “리뷰(검토)가 거의 끝났다”면서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건립 계획을 공개했다. 패키징 시설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150억달러(약 19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박 부회장은 “패키징 공장은 전공정 팹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미국 고객사가 요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고부가 패키징이 필수인 만큼 미국에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 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2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신청 세부 지침을 공개하며 공정 수율, 소재, 판매가격 등 영업 기밀을 제출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전공정을 포함한) 전체 수율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니까 전체 공장을 짓는 기업보다는 부담이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128단 낸드 등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은 유예 조치를 최대한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도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는 1년 유예 조치를 확보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D램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어 미국 등에서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어야 운영 및 첨단 공정으로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박 부회장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 대해 “한·미 정부가 노력을 좀 더 많이 해야 하고, 저희는 저희대로 시간을 최대한 벌면서 경영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3조원 적자가 발생한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전날 솔리다임 고객사와의 미팅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면서 “고객사와 관심사 및 업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부회장은 주총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로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에 대해 “반도체 기업이 먼저 찾아올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인텔이 올해 초 DDR5를 지원하는 4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한 만큼 메모리 교체 수요가 일 것을 예상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메모리 불황은 “작년부터 이어진 공급량 축소와 고객사 재고 소진 움직임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