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중·소형가전, 직접생산 확대

삼성전자가 중·소형 가전의 직접생산을 확대한다. 대형·프리미엄 가전을 제외하면 위탁 제조·생산 전략에 비중을 뒀지만 올해 들어 직접생산 체제에 힘을 실었다.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생산 단계부터 스마트홈 등 차별화한 '삼성 DNA'를 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식기세척기, 정수기, 제습기 등 중소형 가전 신제품을 기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 위탁생산에서 직접생산으로 대거 전환했다.

삼성스토어 전경(자료: 전자신문DB)
삼성스토어 전경(자료: 전자신문DB)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삼성 인버터 제습기'를 태국법인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인버터 제습기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5년 만에 제습기 시장에 재진출하며 내놓은 제품이다. 애초 중국 가전업체 우후 메이티(Wuhu Maty)로부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받았지만 올해 신제품은 삼성전자가 직접 제조·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서 올해 초 출시한 14인용 식기세척기와 비스포크 정수기 신제품도 직접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각각 중국 메이디, 우리나라 오비오를 통해 위탁생산하던 것에서 삼성전자 태국과 한국 법인에서 생산해 공급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 2021년 출시한 비스포크 큐커 역시 중국 전자업체 웨이리(Weili)가 OEM으로 공급했지만 최근 말레이시아법인 생산체제로 변경됐다.

삼성전자가 올해만 4개 제품을 직접생산 체제로 전환한 것은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원가 절감, 품질 개선 목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식기세척기, 정수기, 제습기, 큐커 등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가전 영역이거나 삼성전자가 처음 진출한 분야다. 진입 단계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위탁생산을 맡겼지만 1~2년 동안 축적한 사업 노하우와 소비자 수요 등을 바탕으로 직접생산 체제로 전환, 사업을 확장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위탁생산의 비용 절감 장점이 줄어든 점도 전환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꾸준히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오르면서 위탁생산보다는 촘촘하게 공급망관리(SCM)가 이뤄지는 자체 생산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 최근 가전 수요가 둔화하면서 자체적으로 탄력적인 생산 조절이 가능한 직접생산의 필요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생산 전환은 위탁생산이 비용이나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면서 “최근 가전 수요가 줄면서 일정 부분 생산 계약을 맺어야 하는 위탁생산 보다는 탄력적인 생산조절이 가능한 직접 생산체제가 비용 절감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비스포크 정수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비스포크 정수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넘어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미래 가전 경쟁력으로 꼽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중·소형 가전까지 확대 적용하려면 개발과 생산 일원화가 유리하다. 실제 올해 직접생산에 나선 2023년형 식기세척기와 정수기는 AI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기능을 자동으로 제안하거나 스마트싱스 플랫폼과 연동해 제어하는 기능을 갖췄다. 다음 달 출시가 예상되는 제습기 신제품 역시 기존에는 없던 IoT 기능 탑재가 유력하다.


<삼성전자 중·소형 가전 생산체제 변화>

삼성 중·소형가전, 직접생산 확대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