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국양)은 현정호 뇌과학과 교수가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특정 신경세포·회로와 특정 행동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툴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정서장애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에 쓰일 수 있는 단초기술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신경세포 활동전압에서 촉발된 세포 내 칼슘 상승을, 빛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유전자 발현으로 전환하는 세포체에 표적을 맞춘 'ST캘라이트(ST-Cal-Light) 시스템'을 개발했다. 캘라이트(Cal-Light)는 빛과 칼슘을 동시에 이용해 원하는 때에만 빛을 켜고 끔으로써 활성화된 신경세포만을 시각화하거나 활성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캘라이트 기술이 효율적으로 구동되려면 특정 행동에 따라 활성화된 신경세포를 표지(Labeling)해야 한다. 또 특정 세포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캘라이트 기술은 활동전압에 비의존적인 칼슘신호로만 특정 신경세포가 표지되는 등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ST캘라이트 시스템 기술은 세포체에서 발생하는 활동전압에만 더욱 의존적인 표지가 가능하므로 기존 캘라이트 기술 대비 훨씬 좋은 효율로 표지가 가능하다. 또 단백질이 세포체에 집중되므로 칼슘과 빛에 대한 반응성이 증가해 특정행동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들을 기존 대비 더 높은 시공간해상도로 표지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ST캘라이트를 이용해 뇌전증 등 신경과적인 뇌질환 역시 전임상 단계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동물로 규명했다.
특정행동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를 정확히 표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이 기술로 기존에 연구하기 어려웠던 특정 신경세포 앙상블과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정호 교수는 “특정 신경세포 활성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를 이용해 감정·행동을 조작함으로써 즐거웠던 기억을 주입할 수도,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현정호 교수가 제1저자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권형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최근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DGIST 기본사업 '그랜드챌린지연구혁신프로젝트(P-CoE)'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