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조합 요건 강화에 액셀러레이터 울상

2년 이상 투자심사 업무 경력에
액셀러레이터 재직 여부 미포함
"개인투자조합 목적 흔드는 일"
일각 "개인GP 금지행위 살펴야"

정부가 개인투자조합의 개인 업무집행조합원(GP)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서 액셀러레이터 업계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개인GP 요건에 액셀러레이터 재직 경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법인 단위 투자와 개인GP 투자를 병행하던 업계 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게티이미지뱅크(c)
게티이미지뱅크(c)

3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개인투자조합 GP의 전문성 자격 요건이 신설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문개인투자자 △5년 이상 개인투자조합 GP 경력 △2년 이상 투자심사 업무 경력 △개인투자조합 GP 양성 과정 수료 중 하나를 충족해야 개인 GP로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했다.

혼선은 '2년 이상 투자심사 업무 경력'에 액셀러레이터 재직 여부를 포함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시행령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기술지주회사 경력은 인정하지만, 액셀러레이터인 이른바 창업기획자 투자경력은 자격 요건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개인GP 요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액셀러레이터도 비상이 걸렸다. 그간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심사역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속도감 있는 투자 등의 명목으로 액셀러레이터 내부 심사역이 직접 GP를 맡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본 계정과 외부로부터 출자를 받아 조합을 결성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액셀러레이터 특성도 이런 관행에 영향을 줬다.

액셀러레이터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전문 엔젤투자자가 다수를 차지하던 개인투자조합 시장에 법인 엔젤이라 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하면서 시장에서는 법인GP와 개인GP가 혼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액셀러레이터로서 투자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인투자조합 도입 목적 자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액셀러레이터협회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전문심사역으로 포함된 인력에 대해서는 투자경력을 인정해달라고 중소벤처기업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조합 요건 강화를 계기로 업계 관행을 바꿀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펀드가 이미 투자한 기업에 후속투자를 기대하고 대표자 등이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해 투자하는 사례가 암암리에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업계 자율규제 차원에서 개인GP의 금지행위 등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VC나 사모펀드 심사역이 개별적으로 별도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것이 이해상충과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액셀러레이터 업계 역시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개인투자조합 결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개인GP 전문성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해진 상황”이라면서 “개정안이 액셀러레이터와 개인투자조합 등 초기투자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더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