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에서 막대한 양의 물을 현지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 향후 달을 탐사하거나, 현지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실현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과학원대학교(UCAS)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이 이룬 성과다. 중국의 '창어 5호'가 지난 2020년 12월 1일 달 표면에 착륙해 채취, 가지고 온 달토양 샘플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해당 결과는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국제 연구진은 창어 5호가 채취한 토양 샘플에서 지름이 1밀리미터(㎜) 미만인 유리 알갱이 117개를 발견했다. 이 유리 알갱이가 바로 달 표면 물을 품은 모체다.
이 유리 알갱이는 혜성이나 운석이 달에 충돌할 때 순간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서, 땅속 규소가 녹았다가 다시 굳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후 태양에서 도래한 태양풍을 맞으면서 물을 품게 된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풍은 수소가 이온화된 형태다. 달 표면 산소와 만나 물을 생성할 수 있다. 그리고 달 표면 유리 알갱이가 마치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유리 알갱이 수십억개가 달 표면 전체에 분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알갱이에 담긴 물은 매우 적으나, 그 수가 천문학적이어서 한 데 모으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100℃로 유리 알갱이를 가열하는 물을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얻을 수 있는 물은 최소 3억톤, 최대 2700억톤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달 표면 전역에서 막대한 물을 채취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번 연구 결과 발표 전에는 현지 물 수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달에 물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지만, 극지방 '절대 음영지역'에 국한됐다. 운석이 충돌해 생긴 깊은 크레이터 안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얼음은 크레이터 그늘에 가려져 증발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얻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극지방은 착륙 장소를 찾기 어려운 곳이다. 크레이터를 넘나드는 장기간 이동이 강제된다. 달 표면 전역에서의 물 수급 가능성을 찾은 이번 연구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달에 존재하는 물은 우리가 달을 탐사하고, 또 거주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다. 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산소와 수소로 분해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산소는 당연히 우리가 호흡하는 데 쓸 수 있다.
달을 넘어서는 계획 일환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물에서 분해한 수소를 발사체 연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활한 물, 그리고 수소 공급이 이뤄진다면, 달을 효과적인 우주 탐사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