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완성한 전기자동차에만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를 제공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요청한 북미 이외 지역에서 생산한 수입 전기차 대상 우대 혜택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하고, 다음달 18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에 강력한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내년부터 자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3750달러(약 490만원)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배터리 핵심광물 40% 이상을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하면 추가로 3750달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각각 배터리 핵심 광물로 정의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생산한 핵심 광물로 배터리를 생산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완성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고수했다. 현재 아이오닉5 등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다만 리스 등 상업용 판매차량은 한국산이라도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당분간 IRA 예외 조항인 상업용 리스 시장에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울러 현지 공장 생산 대응과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신공장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2023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IRA는 일단 있는 조건 안에서 상업용 리스나 준비하고 있는 현지 공장 등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면서 “가격뿐 아니라 금융 프로그램까지도 함께 봐야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쟁력 차원에서 IRA 대응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조지아주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연간 최다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를 모두 생산하게 된다.
신공장 건립까지 대응책 마련은 여전히 문제다. 현재 현대차는 IRA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맞추기 위해 앨라배마 공장에 전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 지난달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내연기관 모델 생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앨라배마 공장 특성상 미국 내 전기차 수요를 모두 충족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주력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8월 IRA가 발효된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지난해 11월 판매량은 1191대로 IRA 발효 전인 6월(2853대)의 절반(58.1%) 수준에 머물렀다. 기아 EV6 역시 11월 판매 대수가 641대로 6월(2567대)와 비교해 75% 줄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