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큐요?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136 정도였던 것 같아요”
28일(화), 충남 부여에 위치한 롯데스카이힐 부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2023 시즌 KLPGA 드림투어 개막전 'KLPGA 2023 SBS골프·롯데오픈 드림투어'(총상금 7천만 원)에서 우승한 장은수(25)는 어렸을 때 공부도 잘했고 똑똑했다.
초등학교 4년 때 처음 골프를 접한 장은수는 골프도 빨리 배웠다. 명석한 머리로 빠르게 골프를 익힌 장은수는 많은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2, 2013년 국가 상비군을 거쳐 2014, 15년도에는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국가대표를 거쳐 2016년 7월 프로 선수가 된 장은수는 그해 드림투어 10경기만 참가하고도 당시 기준 6명에게만 주어지는 정규투어 시드권을 획득하며 2017년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2017년 KLPGA투어에 신인으로 데뷔한 장은수는 지금은 KLPGA투어의 '대세'인 박민지를 제치고 신인상을 수상하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로에서의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동기 박민지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장은수는 2020년 결국 투어 시드를 잃고 2021년 드림투어로 내려가야했다.
2022년 드림투어에서 상금순위 3위 자격으로 다시 정규투어에 복귀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시즌 내내 샷이 흔들리며 마음먹은 것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고 상금순위 93위에 그친 장은수는 결국 또 다시 드림투어로 밀려났다.
지난겨울, 장은수는 20일간 태국으로 짧게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어린 시절부터 항상 해오던 등산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체력 훈련, 오후에는 샷을 점검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 내내 장은수를 괴롭히던 불안정한 샷도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 된 개막전. 장은수는 연습라운드를 하며 치밀하게 코스를 분석했다.
대부분의 투어 대회가 6,500~6,800야드 정도인 것과 달리 이번 대회는 6,076야드로 코스가 비교적 짧았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도 변수였다. 장은수는 대부분의 홀 들이 폭이 매우 좁아 샷의 정확성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판단했다.
장은수는 이 대회를 위해 여자 선수들은 실제로 대회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4번 드라이빙 아이언을 선택했다. 좁은 홀에서의 티샷을 위해서였다.
대회 1번 홀부터 장은수는 드라이빙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대부분의 선수들도 드라이버 대신 우드나 유틸리티로 티샷을 했지만 기자가 1번 홀에서 지켜본 60여명의 선수 중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선수는 장은수가 유일하다.
아니나 다를까, 좁은 코스에 강한 바람은 선수들을 괴롭히며 많은 선수들이 첫 홀부터 OB를 내곤 했다. 한 선수는 이 홀에서만 3개의 프로비저너볼(일명 잠정구)을 치고 나갔다.
장은수는 “평상시에도 4번 유틸리티와 4번 드라이빙 아이언을 두 개 다 사용하는데 이번 대회 코스는 코스도 좁고 바람도 많이 불러 높은 탄도의 유틸리티 보다는 아이언이 낫다고 판단해 유틸리티 대신 4번 아이언을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철저한 코스 분석을 통해 맞춤형 클럽을 들고 나온 장은수는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를 9개 잡아내는 등 이틀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13언더파 131타로 2위에 3타 앞서며 여유롭게 우승을 차지했다.
귀여운 외모 덕에 '장블리'라 불리기도 하는 장은수는 집안의 외동딸로 형제가 없기에 평소 언니, 동생들과 친분이 좋아 대회장에서도 항시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다. 장은수의 SNS에는 우승 후 많은 선,후배 동료가 우승을 축하해주었다.
우승 후 장은수는 “신인상을 탔던 2017시즌 이후 샷이 많이 흔들리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골프 팬 분들이 저를 많이 잊으셨을텐데, 올해 최대한 정규투어에 많이 참가하면서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재활을 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아버지와 항상 묵묵히 옆에서 응원해 주는 친구 같은 어머니와 함께 투어를 다니며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장은수.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는 장은수의 올 시즌 행보를 주목해보자.
<글, 사진 = 골프채널 윤현준 기자>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