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보릿고개' 심화...12개월 연속 역성장

국내 가전 시장이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수요 한파 속에서 연초 가전 비수기 시즌까지 겹치면서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4월부터 시작된 혼수·이사 시즌을 계기로 수요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대치본점에서 소비자가 삼성전자의 특별 기획전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대치본점에서 소비자가 삼성전자의 특별 기획전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월 가전제품 경상금액(총매출)은 2조6227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3% 줄었다. 지난 1월 역시 전년 동월 대비 4.5%가량 역성장하면서 올해 들어 2개월 연속 하락이다.

통상 1, 2월은 가전시장 비수기로 꼽힌다. 3월부터 신제품 출시가 시작되는 데다 기업 역시 연초 우선 사업 실행을 위해 가전 등 비품 구매는 1분기 이후로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 들어 연이은 마이너스 성장도 비수기 흐름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 다만 근본적인 원인은 단기적인 계절적 요인이 아닌 지속된 수요 한파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코로나19 유행을 타고 국내 가전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국내 가전 시장은 전년 대비 16.6% 성장한 29조4256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조원(32조654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22년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환율 인상 등으로 글로벌경기 침체에 들어서면서 가전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국내 가전 시장 규모는 물가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전년 동월 대비 4.7% 줄면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뒤 지난 2월까지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역성장 규모도 악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2~6%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거듭했지만 하반기 들어 두 자릿수 규모로 커졌다. 특히 월드컵과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이벤트가 몰린 4분기에는 월 평균 하락률은 13.2%를 기록했다.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7.2%나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 프리미엄스토어 현대판교점 디테일러(제품 전문 상담사)가 혼수?이사 특별 기획전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 프리미엄스토어 현대판교점 디테일러(제품 전문 상담사)가 혼수?이사 특별 기획전을 소개하고 있다.

가전 업계는 3월부터 신제품 출시가 시작되고 4월 혼수·이사 시즌에 돌입함에 따라 수요 회복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위니아, SK매직 등은 지난달부터 봄맞이 가전 대전을 포함해 혼수 특전, 신학기 대전 등 다양한 판촉 행사를 시작했다. 가전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이사 고객을 위한 특별전도 확대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고물가와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가전 시장 반등 요소는 제한적”이라며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가 완화되고 금리가 안정화되면 국내 가전 시장도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가전시장 월별 경상금액 현황(자료: 국가통계포털)>

국내 가전 '보릿고개' 심화...12개월 연속 역성장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