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국내 원자력발전 이용률이 8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으로 하향됐던 원전 이용률이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원전 활용으로 요금 부담이 낮춰지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0.2%를 기록했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81.6%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원전 이용률이 80%를 넘고 있다. 원전 이용률이 2년 연속 80%를 넘고 있는 것은 2014년(85.0%)·2015년(85.3%) 이후 처음이다.
'이용률'은 발전소 설비용량 대비 전력을 생산한 비율을 말한다. 발전설비 운영 효율성과 활용도를 나타낼 수 있는 대표 지표다. 개별 발전소 운영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로도 활용된다. 원전은 통상 원전 관련 규제와 이에 따른 계획예방정비 일정 등이 이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서 2021년까지 원진 이용률은 60~70%대에 머물렀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자력 규제 강화 등 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2021년 겨울 한파에 대응하면서 원전 이용률이 상승했고, 지난해 5월 원전 확대 정책을 공언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도 원전 이용률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이용률은 82%로 2월(78.9%), 3월(79.6%)보다 높았다. 1월에는 한파로 인해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월과 3월에는 봄철 경부하기를 대비해 원전이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돌입하면서 이용률이 소폭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 이용률을 높이면 에너지 인플레이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원전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원에 비해 연료비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원전의 발전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연료비 비중이 60% 수준으로 알려진 석탄·LNG에 비해 연료비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들지는 않지만 이용률이 15~20% 수준에 불과하다. 전력수요가 많은 겨울철이나 여름철에는 대량의 전력을 꾸준히 공급하는 원전이 효율적이다.
정부는 올해 여름철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가동한 신한울 1호기가 여름철 전력수요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또 연말 신한울 2호기가 준공되면 겨울철 전력수요 대응을 위해 투입될 수 있다. 원전의 발전비중이 확대될수록 석탄·LNG 이용률이 줄어 에너지 원자재 수입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 원전 이용률 90% 기록은 달성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관련 규제가 강화됐고, 주52시간제 시행 이후로 원전 계획예방정비를 짧은 기간에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속 확대되는 태양광과 송전선로 포화로 인한 원전 출력감발도 변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원전 검사항목이 적었고 밤샘 야근으로 정비하기도 했지만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그러기도 힘들다”면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원전 이용률은 85% 정도를 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작년 이어 올해 1분기에 80.2%
탈원전 정책땐 60~70%대 그쳐
석탄·LNG보다 연료비 비중 적어
에너지 인플레이션 효과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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