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속에 벤처캐피털(VC)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운용자산(AUM) 기준 업계 1위인 한국투자파트너스마저 10여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상위 VC 대다수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벤처투자업계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영업적자 20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160억원 발생했다. 전년까지만 해도 각각 716억원, 576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매출 역시 반토막 났다. 한투파의 지난해 매출은 442억원으로 전년 1095억원 대비 60% 줄었다.
벤처투자 시장에서의 유동성 감소가 실적 악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급락 영향이 크다. 투자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VC 매출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분법 이익이 덩달아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주식 처분에 따른 이익 역시 급락했다.
실제 한투파는 투자조합 지분법 이익이 477억원에서 56억원으로 줄었다. 무려 88% 감소다. 전년까지만 해도 174억원에 이르던 조합성과 보수도 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AUM 확대에 따른 관리보수 증가 외에는 지난해 좋은 소식이 없었다. 투자 혹한기 영향이 그대로 미친 셈이다. 이 밖에 SBI인베스트먼트는 150억원, 우리기술투자는 4300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다른 VC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762억원에 비해 90% 줄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LB인베스트먼트 역시 영업이익이 85%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영업이익이 80% 감소했다. 이 밖에 신한벤처투자(82%), 컴퍼니케이파트너스(71%), 스톤브릿지벤처스(72%), 키움인베스트먼트(79%) 등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다. 매출 역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60%까지 줄었다. 5일 현재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AUM 1조원 이상 대형 VC 10개사 가운데 8개사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물론 성장세를 이어 간 VC도 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 338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실적이 각각 9%, 13% 개선됐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 371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2%, 2.8% 늘었다. 기업가치 하락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직전 투자 회수에 나선 것이 실적 선방 요인으로 꼽힌다.
VC업계 성적이 대다수 처참하지만 뾰족한 해결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지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투자 활성화를 위한 명확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