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KBRI)은 채세현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 선임연구원(박사)이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성창옥 병리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산발성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특이 유전자를 처음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60세 이상 인구의 1.2% 이상에서 발생한다. 특히 한국인 환자 95% 이상이 산발성 파킨슨병에 해당되지만 아직 관련 유전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공동연구팀은 국내 산발성 파킨슨병 환자 410명과 같은 나이의 일반인 200명에 대해 전장유전체(세포 속에 들어 있는 전체 DNA나 DNA 염기서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 환자에게서 파킨슨병 발병과 연관된 특이 유전자인 'GPR27'를 최초로 발견했다.
뇌에서 발현율이 높은 유전자 GPR27 유전변이는 파킨슨병 원인 인자인 알파-시뉴클린 단백질 발현과 연관성 높으며 도파민 신호 감소와도 관련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GPR27 유전자는 뇌에서 신경가소성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GPR27 유전변이는 정상적인 단백질 생산·기능을 어렵게 해 파킨슨병 원인이 되는 것으로 예측된다.
채세현 박사가 연구설계와 유전체 데이터 생성·분석을 맡았고 성창옥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유전체 데이터 정밀분석, 정선주 교수는 연구설계와 함께 대규모 환자 코호트 구축 및 분석을 담당했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 코호트에 대해 최초로 전장유전체를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에서 사용한 전장유전체 분석은 환자 개인의 DNA 염기서열 전체를 해독하는 방식이다. 연구가 비교적 활발히 진행된 단백질 암호화 영역 외에도 유전체 전 영역에 걸쳐 발생하는 유전변이를 포괄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최신 기법이다. 향후 커뮤니티형 공공 분양 플랫폼 구축을 통해 연구결과와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인 임상유전학적 해석과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선주 교수는 “한국인 DNA에서 파킨슨병 발병과 연관된 신규 위험인자를 발견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파킨슨병 발병 예측 및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를 위한 유전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교신저자인 채세현 박사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뚜렷한 치료제나 치료법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는 새로운 치료표적에 기반한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오지혜 박사와 조성양 임상전임강사가 제1저자, 한국뇌연구원 류연진 선임연구원과 윤희정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