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K-금융 토큰증권'이 되려면

[핀테크 칼럼]'K-금융 토큰증권'이 되려면

지난 3월 씨티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토큰증권산업 시장이 4조~5조달러(약 5200조~65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 토큰증권시장 규모가 20조~30조원 수준이라고 보면 연평균 20~30배, 한마디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러한 '빅뱅' 성장이 가능할까.

정확한 시장 규모는 예단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폭발적 성장' 가능성에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

첫째 토큰증권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산업 간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토큰증권이 토큰이란 '디지털 자산' 산업과 기존 증권산업의 융합이라고 보면 토큰증권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융합 신산업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둘째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한 수평·분권화 플랫폼이 기존 인프라를 대체할 공산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웹 3.0과 GPT 등 인공지능(AI) 활용으로 고질적인 처리 속도, 처리용량 문제 등의 해결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반면에 기존 인프라로서의 수직·중앙 집권화 플랫폼은 빅테크의 독과점 이슈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도 법적·제도적 안착을 전제로 6~8년 이후에는 블록체인 기술 범용성과 대중화를 전망하고 있다.

셋째 토큰증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세계적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로 기업과 펀드의 자금난이 심한 만큼 보유 자산의 토큰화는 일종의 자산 유동화(ABS)로서 새로운 유동성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많은 참여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시장 성장 속도도 그만큼 빠를 거란 얘기다.

기대감이 커서인지 토큰 증권시장의 움직임도 대단히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토큰증권거래소는 현재 약 63개로, 2021년의 5개 대비 12배 이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그 가운데 금융 선진국인 데다 증권성 판단(Howey Test)에서도 적극적인 미국이 15개로 가장 많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더 끄는 건 같은 역내권에서 금융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다. 우선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금융허브로 올라선 싱가포르가 가장 앞서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17년부터 증권형토큰(STO) 발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STO를 발행하고 있다.

증권형 토큰 발행 및 유통 플랫폼뿐만 아니라 싱가포르거래소(SGX)와 DBS 같은 대형 금융사들의 적극 참여가 특징이다.

토큰증권거래소는 6개로 미국에 이어 2위, 대표사례는 2020년 최초의 STO 플랫폼으로 지정된 iSTOX다.

디지털화에 뒤처져 있던 일본도 토큰증권산업 분야에선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노무라·다이와 등 6개 증권사의 일본 STO협회 설립, 2020년부터 일본 금융청이 STO 발행을 허용했다. 주식도 있지만 채권과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비상장 STO가 대다수다. 2021년 4월 SBI증권의 회사채 토큰증권(만기 1년, 표면금리 0.35%)이 첫 사례다. 홍콩도 올 2월 세계 최초로 그린본드 토큰증권(1년 만기, 표면금리 4.05%)을 발행, 화제를 모았다.

홍콩을 ESG·친환경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홍콩 정부의 구상이라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물론 토큰증권 제도화 시점으로만 보면 싱가포르, 일본 등에 비해 늦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큰증권은 한류 특성이 있는 음악, 예술품,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한 조각 투자 성격이란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확실하다. 최근 KB·신한·키움증권에 이어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 등까지 가세하면서 증권,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 업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시장 규모도 2030년엔 367조원을 넘을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디지털 자산업계에선 'K-금융 토큰증권'으로 성장하려면 차별성 있는 대상 자산의 지속적 발굴과 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세심한 증권제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민·관 협력을 통해 'K-금융 토큰 증권', 나아가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