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100대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초격차 R&D 전략을 발표했다. 골자는 2027년까지 정부가 4조5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래 기술 100개(반도체 45개, 디스플레이 28개, 차세대전지 27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민간이 156조원을 투입하도록 유도, 경쟁 상대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R&D 전략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기술패권 경쟁과 자국 산업 보호가 심화, 추진됐다. 시의적절하고 환영할 내용이다. 이들 3대 산업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면서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가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가 없으면 자율주행이 불가능하고,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시대 필수인 정보의 창이며, 배터리는 자율주행차는 물론 자율비행까지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 심장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들 3대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갈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다만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대항전처럼 나서는 등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술은 현장에 적용되거나 제품으로 상용화될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R&D는 투자 대비 성과가 낮았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R&D 비용은 세계 5위 수준이고, 정부 R&D 예산은 계속 증가했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50%도 되지 않는다. R&D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과제 출범 후 관리·감독과 성과 측정이 중요한 이유다. 초격차도 쓸모 있는 기술을 확보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목돈을 들여서 푼돈 버는 비효율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