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가 정부조직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정부 운영의 효율화를 강조한다.
이번 조직 재설계는 국정과제인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체계 구축'을 감안해 현재 조직규모 내에서 기능조정을 통한 효율적 업무추진에 방점을 뒀다. 국정과제 비중과 정책현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합활용정원 범위 내에서 기구·인력을 재정비하는 일괄 직제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
그동안 행정 환경 변화에 따른 부처단위 조직 진단과 그에 따른 미세조정은 있었지만, 효율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 인력배치 재편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대책 없이 몸집만 키워 온 인력에 대한 효율화 방안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이런 인력활용 방안이 잘 운용되려면 결국 인재들이 소속된 조직의 효율적 개편과 운용이 동반돼야 한다.
서구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전통적 정부'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정부'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정부'를 향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왔다. 인력 재배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 행정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각 부처 존재 이유와 역할 범위의 과학적 진단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 정부는 책임행정 실종과 복잡한 정책수요에 대한 탄력적 대처 불능을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또한 현재 국무총리 중심 국가행정통합관리 시스템은 국가전략사업에 대한 빠르고 능률적인 수행을 어렵게 만든다.
현행 국정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적 운용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창의·융합형 미래혁신정부 체계'를 제안한다. 이 제안은 다부처 융합 및 정책 책임자형 성과 강화를 바탕으로 한 '책임자형 미래 혁신정부조직'으로의 전환이 골자다.
책임자형 미래 혁신정부조직은 업무 관련성이 높은 부처들을 모아 관리함으로써 국정과제 및 부처 현안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며, 각 융합부처에 운용 관리자를 둬 효율적 행정관리와 강화된 행정책임을 꾀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안보제정성(1총리)'이 국방부·외교부·통일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부·기획재정부를. '과기산업성(2총리)'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를, '사회법무성(3총리)'이 법무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농림축산식품부를 책임지는 이른바 3총리제를 도입해 효율적인 국가 행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발 빠르게 미래 행정 수요에 대응하도록 한다.
3총리는 다부처 융합 정책실행자로서 조선의 3정승이나 발해의 3성 6부와 같은 다자 협의체이자 행정책임자다.
이러한 정부 거버넌스 개혁은 실권 없는 행정관리직위 격상 한계, 업무협업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취약성과 이에 기인하는 국가사업 분산화 및 파편화 등 현행 조직체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기구·인력 통합활용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정부 조직은 통치자의 국정과제가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된다. 하지만 민생·안전·현장서비스 등에서 국민 기대에 미치는 성과가 도출되지 못했다면 기존 조직 및 운용 방식에의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각종 국가 사고와 사회 문제들에 대해 국가 및 관리자 책임론이 크게 강조되는 지금 효율적 국정운영과 더불어 책임행정을 강조하는 조직체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남승훈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연총) 명예회장 shnahm@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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