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이 e커머스 전담 조직 '이로지엑스'를 해체했다. 이로지엑스는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당일 배송 사업 등을 담당하며 국내 e커머스 시장 공략에 앞장섰던 사업부다. 한진은 경쟁이 치열해진 풀필먼트 시장보다는 플랫폼 기반 글로벌 사업에 집중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이로지엑스 사업부를 해체했다. 지난 2021년 6월 설립된 지 1년 반 만이다. 기존 이로지엑스 업무는 택배사업본부 내 사업부가 나눠 맡는다.
이로지엑스는 설립 당시부터 신성장동력을 책임지는 핵심 부서로 기대를 모았다. 노삼석 대표 직속으로 배치됐으며 산하에는 셀러솔루션팀, 풀필먼트팀, 당일배송사업(LDP)팀을 뒀다. e커머스 고객사 풀필먼트는 물론 해외 진출, 새벽배송 등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택배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었다.
한진이 e커머스 전담 조직을 해체한 것은 '선택과 집중' 전략 일환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풀필먼트 시장보다는 초국경택배(CBE)로 불리는 해외직구·역직구 물류 시장, 플랫폼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해 관련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실제로 경쟁사 CJ대한통운은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를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가속을 내고 있다. 오네를 통해 개인 쇼핑몰이나 중소 e커머스 입점 셀러도 제품 특성, 구매자 주문 패턴에 맞춰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쿠팡도 입점 셀러에게 풀필먼트, 로켓배송을 제공하는 '로켓그로스' 제도를 도입했다.
한진은 글로벌 공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글로벌 물류센터(GDC) 증설을 통해 물류 처리 물량을 하루 2만건에서 4만건으로 2배 확대했다. 지난달에는 업계 최초로 글로벌 개인간거래(C2C) 직구 플랫폼 '훗타운'을 선보였다. 훗타운은 기존 '이하넥스'가 담당하던 해외상품 배송대행 서비스에 개인 간 상품거래·정보교류 기능을 통합한 신규 플랫폼이다.
플랫폼 사업 전문성도 강화한다. 한진은 이달 1일부로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훗타운과 한진 내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8개 플랫폼 운영·관리를 맡는다.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집중 육성·강화해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마케팅총괄 사장이 직접 총괄하는 만큼 핵심 사업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진 관계자는 “이로지엑스가 맡고 있던 사업은 기존 택배사업본부에서 계속해서 담당한다”라며 “운영 효율화 차원의 조직개편”이라고 설명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경쟁 치열한 풀필먼트 시장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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