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으로 미성년 명의 은행, 증권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가 비대면 방식으로 자녀 명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한다고 9일 밝혔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는 이달 중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비대면으로 자녀 명의 계좌를 대신 개설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미성년 자녀 대리 비대면 계좌개설'을 허용키로 하며 이른바 빅테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은행과 증권사는 잠재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 증권사 등 빅테크는 그동안 미성년 고객 유치가 막혀 있었는데 이런 난맥이 풀린 것이다.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미성년 금융거래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이 예상된다.
빅테크 입장에서 미성년 금융거래 수요는 그동안 '그림의 떡'이었다. 실제로 토스증권은 2021년 만 14~18세를 대상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나흘만에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빅테크 관계자는 “오프라인 지점에서 미성년 계좌 개설이 가능한 기존 금융사들과 비교해 인터넷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아예 미성년 고객 유치가 원천 봉쇄되어 있었다”면서 “미성년 비대면 계좌 인증이 가능해지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기 때문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부터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 제도 개선을 검토해왔다. 빅테크 등장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법인 외에 자연인도 대리인으로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TF는 미성년자 행위능력, 금융실명법 위반 여부 등 법적 문제와 비대면 금융사기 예방 등 사회적 문제까지 폭넓게 검토했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신분증 발급 및 진위 여부 확인 등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주민등록증), 경찰청(운전면허증), 외교부(여권)와 함께 법정대리인의 업무처리 절차를 정비하고 △전국은행연합회 및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회사들과 함께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 개편안을 마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전국은행연합회 및 금융투자협회 등와 함께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할 것”이라면서 “유관기관과 함께 비대면 금융거래에 대한 보안성 검증 등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금융거래 수요는 코로나 이후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2021년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이들 금융사에 주식계좌를 보유한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는 60만1568명으로 2년 사이 3배 가량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액수 역시 2020년 3조472억원으로 2018년 1조5418억원, 2019년 1조4268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