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지 7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6.3%는 '적자를 내고 있거나 손익분기 상황'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이익과 비용이 동일한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답한 기업이 31.0%로 가장 많았고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는 기업이 24.3%였으며,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기업도 11.0%였다. 이에 반해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3.7%였다.
작년 9월 대한상의 조사에서 수익실현을 위해 기업이 감내 가능한 기준금리 수준이 2.91%로 조사되었으나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0.6%포인트(p) 초과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3%대 기준금리 지속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고 3.5%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라 물가 상승세는 진정국면을 보였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2%를 기록해 1년 만에 4% 초반까지 하락했다. 미국과 금리 차이로 인해 우려됐던 환율상승과 외환유출은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 3월 미국의 금리 인상(0.25%p)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1.5%p로 커졌지만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달러를 대량 매도하며 환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56.3%가 '고금리로 인해 작년보다 어려움이 심화되었다'고 답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29.3%였으며 '어려움 없거나 자금사정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2.7%와 1.7%에 불과했다.
고금리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경영안정자금 대출, 이차보전사업 등의 기업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현장의 체감도 높지 않았다. 고금리 지원대책의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60.7%는 '지원제도 내용을 몰라서 활용해본 적 없다'고 답했고 '알고 있는데 활용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도 16.0%였다.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응답은 17.3%,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6.0%였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책은 '고금리기조의 전환'(58.7%)이었다. 다음으로는 '세제지원 등 비용절감책'(26.0%), '대출보증지원 확대'(8.7%),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6.6%) 순으로 조사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금리인상 기조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내수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 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