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로운 원내대표로 윤재옥 의원을 선택했다. 사실상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윤-영남' 색깔이 진해진 데다 최근 당내에서 막말 논란이 여러 차례 터져 나온 탓에 새롭게 정비된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윤 의원을 새 원내대표에 선출했다. 윤 의원은 109표 중 65표를 얻어 44표에 그친 김학용 의원을 꺾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지내는 등 친윤계로 분류된다. 결국 윤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주요 지도부가 모두 '친윤-영남' 색채를 띠게됐다는 분석이다. 김기현 대표와 윤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 의장의 지역구는 각각 울산 남구을, 대구 달서을, 경남 진주갑이다.
사실 윤 원내대표 앞에 놓인 상황은 그다지 밝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총선에 대한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을 물은 결과 정부 견제론을 선택한 답변이 50%였다. 정부 지원론은 36%에 그쳤다.
당내 실언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 운동'을 제안했다가 비판에 시달렸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구설에 올랐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이라고 발언해 사실상 근신처분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야당과의 어젠다 싸움에서도 사실상 밀리고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 주요 쟁점법안을 강하게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여론도 뒷받침됐다. 한국갤럽이 같은 대상에게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시각을 물은 결과 '좋지 않게 본다(48%)'는 '좋게 본다(33%)'보다 더 많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자체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의견(60%)이 반대(28%)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급작스레 내놓은 '69시간 노동제' 등 설익은 정책이 비판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결국 윤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중도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목소리를 꾸준히 내놓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소속 국회의원들의 실언을 줄일 수 있는 카리스마와 여론의 추이에 따라 대통령실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수도권 원내대표였을 때 선거에서 이긴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된 표본을 상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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