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으로 3200톤 구축함 띄웠다…광개토대왕함 부품 신속 재생

이협 생기원 박사팀과 이들이 자체 개발한 레이저 기반 금속와이어 3D프린터
이협 생기원 박사팀과 이들이 자체 개발한 레이저 기반 금속와이어 3D프린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이 자체 기술로 광개토대왕함의 손상된 디젤엔진 부품을 금속와이어 3차원(3D)프린팅 기술로 재생했다.

3200톤급 광개토대왕함은 지난 1998년에 실전 배치된 제1호 한국형 구축함이다. 함대 지휘함으로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엔진 감속기 역할을 하는 '디젤엔진 클러치 잠금장치'가 주변 부품과 접촉·마찰해서 손상됐고, 교체가 필요했다.

문제는 부품 조달 시간이었다. 구축함 부품은 주문생산 방식이어서 발주부터 납품까지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손상 부위 폭이 좁아서 긴급 수리도 기존 용접기술로는 형상 변형 없이 어려웠다.

생기원 시흥 3D프린팅제조혁신센터의 이협 박사팀이 나섰다. 해군군수사령부정비창의 수리 요청을 받고 문제를 금속와이어 3D프린팅 기술로 해결했다.

이협 박사팀은 금속와이어 공급기와 레이저를 탑재한 로봇 팔을 활용, 와이어를 레이저 빔으로 녹이고 붙여서 3D 형상을 만들었다.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기존 용접 수리 방식으로는 부품에 열이 과도하게 축적돼 형상이 뒤틀리는 위험이 있다. 반면에 연구팀의 금속와이어 3D프린팅 기술은 레이저 빔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형상을 복원, 부품 열 변형을 억제할 수 있다.

해군정비창에서 함정 디젤 엔진에 수리 부품을 장착하는 모습
해군정비창에서 함정 디젤 엔진에 수리 부품을 장착하는 모습

해당 기술로 수리를 신속하게 마친 부품은 해군정비창으로 옮겨졌고, 디젤엔진 결합 및 시운전 평가를 거치며 정비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해군정비창이 현장의 수요 도출과 평가를 하고 생기원이 금속 3D프린팅 신기술을 개발·적용해서 국방 정비 역량을 강화한 협력 사례로 꼽힌다.

이협 박사는 “군 무기체계 노후화로 국방 부품 재생정비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3D프린팅 기술은 다양한 품목의 신속 제조에 강점이 있어서 국방부품 재생정비 긴급 수요를 충족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헌식 해군정비창장 군무이사관은 “해군 전투력의 최일선에 있는 함정의 완벽한 전투태세 유지를 위해서는 신속·정확한 첨단 정비기술 확보가 필수”라며 “향후 생기원과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3D프린팅 정비기술을 고도화해 과학기술 기반 군 조직으로 혁신을 이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기원은 해군정비창과 2018년 7월부터 국방 분야 금속 3D프린팅 기술 도입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22년 10월에는 '국방부품 3D프린팅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해군정비창에 대한 3D프린팅 기술 적용을 확대해 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