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 의원은 소방관을 지키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입장이다.
오 의원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을 1년 앞둔 날,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 끝에 섰다”며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갑이 지역구인 오 의원은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이다. 오 의원은 그동안 소방 안전 관련 법안을 많이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오 의원은 지난 3년 동안 희생된 소방관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이후 “지난 3월 9일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뛰어든 젊은 소방관을 현충원에 묻은 뒤 내 한계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아봤다.
또 “소방관 동료들의 희생과 이들을 지키기 위한 사회의 노력,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에 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려놓겠다. 정치에서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개혁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오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무너진 민생과 고통 속에 현 정부 실정을 지적하는 것도 방탄이라고 한다.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수사와 감사의 칼부터 드러내는 오만과 독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오로지 진영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정치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날 정치개혁이 화두”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잘못한 사람은 사과하지 않는다. 책임과 인정 없이 말만 앞세운 개혁이 무슨 힘이 있는지 국민들이 묻고 있다”면서 “그 물음에 내려놓음이라는 답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뿌리인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소방관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소방공무원 수험생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씀”이라 말했다.
오 의원은 남은 1년여 기간 동안 사회 안전을 위한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오 의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화재를 당한 사람들이 있다. 사각지대에 있는 화재 피해자 관련 법률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를 통해 112와 119 신고의 문제점이 도출됐다. 119 신고에 대한 법적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 (국민들이) 빈틈없이 보호받게 하겠다. 의정부 지역의 삶 개선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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