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신규 벤처투자 목표를 5조1000억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신규 투자액 대비 75% 수준이다.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벤처펀드 조성 목표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투자혹한기 속에 정부 목표치도 덩달아 보수화하는 분위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최근 자체평가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도 성과관리 시행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국무조정실은 46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기관장 책임 하에 주요 정책을 자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당해 연도 부처 성과목표와 달성을 위한 정책과 성과지표를 제시하고, 연말 실적을 기준으로 다음해 1월경 자체평가를 실시한다.
중기부는 2018년부터 매년 신규 벤처펀드 투자액을 주요 성과지표로 삼아왔다. 매년 적게는 2%에서 많게는 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도전적으로 목표를 설정해 왔다. 전년 대비 신규 투자 목표치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중기부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둔화 전망,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발 금융위기 가능성 등 대외변수 영향력 및 불확실성으로 크게 약화된 투자심리를 반영해 전년 실적의 75% 수준인 5조1000억원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시행계획에서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벤처투자시장 침체가 당초 예상 대비 장기화한 영향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신규 벤처투자액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목표를 잡았다. 지난해 중기부 목표치는 7조8000억원이었던 반면에 실제 신규 벤처투자는 6조764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투자 감소세가 뚜렸해졌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시장 전망이 지난해 예상보다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는 매년 발표하던 이듬해 시장 전망을 지난해는 내놓지 않았다. 최근 벤처투자시장 위축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5조원 안팎 신규 투자 목표도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집계하는 올해 투자 실적도 심상치 않다. 올해 3월 신규 투자금액은 34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1조716억원 대비 68%나 줄었다. 지난 1~2월에 이어 계속된 감소세다.
중기부가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조성할 벤처펀드 목표 금액도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중기부는 올해 벤처펀드 결성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미 두 차례 모태펀드 출자 과정에서 밝힌 펀드조성 규모는 총 1조6800억원이다. 성과지표가 목표치를 넘었고, 민간모펀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모태펀드 차원의 추가 출자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가 줄어들던 지난해까지만해도 SVB 사태 등 투자 위축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것으로 관측하기는 어려웠다”면서 “올해 역시 시장 전망이 결코 좋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투자 활성화 대책을 하루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중기부, 2023년 시행계획 의결
작년 신규 투자 대비 75% 수준
모태펀드 추가 출자도 어려워
투자 침체, 예상보다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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