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여성 중 약 20%가 난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열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서울시 남녀 임신 준비 지원 사업에 참여한 20~45세 임신 준비 여성 2274명을 분석한 결과, 19.48%(443명)가 난임 경험이 있었다. 그중 320명(72.2%)은 일차성 난임, 123명(27.8%)은 이차성 난임으로 조사됐다.
일차성 난임(원발성 난임)은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임신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차성 난임(속발성 난임)은 인공유산이나 자연유산 등 임신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있었지만, 난임 된 경우다.
이번 연구 자료는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 거주 여성을 대상으로 서울시 남녀 임신 준비 프로그램 웹 설문으로 수집했다.
가장 위험한 난임 원인으로는 '인공유산' 경험으로 조사됐다. 나이와 체질량지수(BMI)도 난임 원인으로 꼽혔다. 인공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인공유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4.1배 높았다. 체질량 지수가 23㎏/㎡ 이상인 과체중 여성이 23㎏/㎡ 이하인 여성보다 난임 위험도가 1.56배, 그리고 35세 이상인 여성이 1.08배 난임 위험이 더 컸다.
난임 그룹과 비난임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인공유산 비율도 난임 그룹에서 7.7%로 비난임그룹(1.8%)보다 5.9%포인트 높았다. 자연유산도 난임 그룹(7.4%)이 비난임 그룹(4.3%)보다 3.1%포인트 높았다.
난임 그룹 평균 나이는 33.2세로 비난임 그룹(31.9세)보다 1.3세 더 높았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난임률도 올라갔다. △30세 미만 난임률 14.2% △30~34세 17.4% △35~39세 28.8% △40세 이상 37.9% 난임률을 보였다. 체질량 지수도 난임 그룹이 21.5㎏/㎡로 비난임 그룹(20.9㎏/㎡)보다 높았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난임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유산으로 자궁 내막의 손상으로 자궁내막이 얇아지거나 골반의 염증성 질환, 감염, 자궁유착 등 신체적인 요인과 심리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해 난임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이와 과체중도 중요한 난임 원인”이라며 “나이가 많을수록 난자의 근원이 되는 난모세포 수가 감소하고 난자의 질도 떨어져 유산율과 염색체 이상 비율도 올라간다. 과체중도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배란 장애나 난모 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임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0.37%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난임 유병률은 약 15%다. 국내 여성 난임 환자는 2017년 14만 6235명에서 2021년 16만 2938명으로 11.4% 증가했다.
연구 결과는 캐나다에서 발행하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CEOG(Clinical and Experimental Obstetrics and Gyne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