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 그림으로 홀대받던 민화가 최근 재조명되면서 다시금 '조선민화'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장품 도록 '조선민화 1'이 이세영 관장(갤러리 조선민화)의 소장품이라면, '조선민화 2'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민화를 한자리에 소개한 정통 민화 발굴서다.
그래픽디자인을 하며 조선민화를 30여 년 이상 수집해온 나비도령 이세영 관장은 민화 원본을 좇아 전국을 찾아 헤맸고, 5인의 전문가들의 소중한 원고가 가미된 정통민화 명품 책을 펴냈다. 이 관장의 민화사랑은 관련자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1950년부터 중앙고 운동부 샤워실로 사용하다 1969년부터 2015년까지 46년 동안 사용되던 북촌 대중탕('중앙탕')을 개조해 2020년 조선 민화를 전시하는 갤러리로 탄생시킨 것. 당시 열린 개관전의 '갤러리조선민화' 展 도록이 조선민화 책의 원형이 됐다.
하지만 이 관장의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다수의 국내 출간본 민화도록들이 소장가들의 컬렉션 작품들이라는 점에 착안해 '원본을 보기 어려운 희귀본들을 모두 모아 책을 내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렇게 읍소하며 소장가들을 찾아다니며 탄생한 책이 바로 <조선민화2>이다. 민초들의 염원과 애환이 담긴 작품들은 대부분 돌잔치, 혼례, 장례, 길상, 벽사 등의 징표를 나타낸 병풍식의 일상미감을 전한다. 화조도(花鳥圖), 모란도(牡丹圖), 책가도(冊架圖), 십장생도(十長生圖), 문자도(文字圖) 등 이름 없는 무명 화가의 익살과 파격적 개성으로 그려져 저자의 날인이 없어 더욱 시대적 보편성을 띤다. 병풍 외에도 족자나 부채, 도자기와 같은 생활미감에 장식된 그림들도 포함되지만, 잡화 혹은 속화라는 명칭 속에서 지난 시대의 버려질 유물로 취급받다가 최근에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논고로는 김세종(민화수집가, 평창아트대표)의 '우리조선민화의 정체성',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의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민화를 보는 시선을 넘어서기', 최범(미술평론가)의 '순응과 위반의 미학; 민화의 양식, 민중의 의식', 서성(배재대 교수)의 '문자도의 이미지와 필획의 창의적인 결합', '어변성룡형 충자도의 주제 해석' 등이 담겨 있다.
'조선민화 2'는 표지 포함 540쪽으로 구성됐고, 하드커버와 노출 제본을 연결한 독특하면서도 예술적인 장정이 눈에 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