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면서 무리하게 금리를 올려 경기 둔화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행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한 것은 긴축 사이클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 금통위는 2021년 8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P) 인상하다가 지난 2월 1년 만에 동결했다. 금통위원 전원이 동결에 표를 던졌다.
한은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1년 만에 가장 낮은 4.2%까지 내려간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여기에 수출 부진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금융 불안 위기감도 반영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 불거진 기준금리 연내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과도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 많은 분이 시장 기대가 과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최종금리 수준을 3.75%로 전망했다”며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유가에 미칠 영향, SVB 사태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추가 인상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날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5.0%)와의 차이가 1.5%P로 유지됐다.
다만 미국이 향후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격차가 1.75%P 이상 벌어져 급격한 외환시장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전과 달리 우리는 채권국이며, 외환보유고도 4250억달러 넘게 남아 어느 정도 변화에도 스스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면서 “대처 가능한 여러 방안이 있으며, 큰 폭의 변동 속에서 언제든 대처할 수 있으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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