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24조원을 투자해 국내 1위 자동차 기업을 넘어 세계 3위 전기차 업체로 올라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차, 기아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기차 아이오닉, 제네시스 EV시리즈와 목적기반차량(PBV)을 포함해 총 31종 이상의 신규 전기 차량을 출시한다.
◇공격 투자로 전기차 톱3 노려
앞으로 8년 동안 전기차 판매 목표는 347만대다. 이를 위해 2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핵심 투자 분야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전기차 분야다. 현대차 아산(고급 브랜드) 공장, 울산(중저가 브랜드) 공장, 전주(상용차 브랜드) 공장 등 국내를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한다. 올해 EV9(기아), 내년 아이오닉7(현대차)을 출시하는 등 2030년까지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다.
PBV 등 신성장 분야에도 수조원을 투입한다. PBV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로보택시, 무인화물 운송, 움직이는 비즈니스 공간뿐 아니라 호텔과 병원 등도 구현한다. 오는 2030년까지 PBV 100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존 미국 앨라바마 공장뿐 아니라 조지아에도 전기차 신규 공장을 세우고 있다. 앨라바마 공장을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생산하고 조지아주 전용 공장을 기반으로 전기차 제조 경쟁력을 높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한다. 현대차뿐 아니라 테슬라, 제너럴모터스, 포드,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는 배경이다.
◇전기차 플랫폼·배터리 혁신 주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플랫폼 대응 전략도 마련했다. 2025년에는 기존 전기차 플랫폼(E-GMP)보다 진화한 차세대 전기차용 'eM플랫폼', PBV용 'eS플랫폼'을 신규 전기 차량에 적용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국내 전기차 전방위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노력도 서두른다. 2030년 현대차 187만대, 기아 160만대 등 전기차 생산을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력한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고성능 니켈 기반 배터리, 중국 CATL 보급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기존 전기차 공장 인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워 전기차 세계 3위권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시너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리튬 메탈 배터리 등도 주요 투자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고객 충전 편의 극대화와 충전 네트워크의 지속 확장을 위해 초고속 충전 인프라 3000기를 구축한다.
◇협력사 상생으로 전기차 산업 생태계 활성화
현대차그룹은 이날 주요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차 후방 업계와 상생 협력에도 많은 비중을 뒀다.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해 기존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를 지원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응해 원자재 납품 단가 인상분 3조4000억원을 제공한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1000억원을 출연해 협력사 경쟁력 향상을 돕는다.
미래 전기차 사업 전략 수립 및 신규 아이템 발굴을 희망하는 협력사에게는 외부 경영 컨설팅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상생협력센터 교육 과정을 통해 협력사 임직원이 미래 모빌리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은 160%, 중국은 100%, 유럽은 69% 성장했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대한민국 글로벌 전기차 3대 강국 도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