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이틀째를 맞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은 확인할 수 있지만, 국민 여론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게임체인저'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또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 둘째 날에도 여야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축소 문제,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입장차를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함께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도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감축하고 비례대표 제도 역시 대폭 축소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자 명령”이라며 “정수 확대 주장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스스로 키워왔던 불신과 혐오를 비우기 위해 의석수 감축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를 향해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든지, 소선거구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든지 하는 말씀 삼가해 달라”며 “이는 깊이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에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방해하는 것으로, 어렵사리 진행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 논의를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익숙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고용진 의원도 “비례 의석을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권역별 병립제를 채택하면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비례성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임에도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 의원은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버리고 지역구 의석을 상당 부분 늘려 한 선거구에서 5명 이상을 선출한다면 각 계의 전문가나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후보들을 대거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전원위의 실효성, 한계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잇따랐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개편안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며 “특히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국민들은 이미 전원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결국 의원 정수를 대폭 늘리든지, 아니면 지역구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여야 합의 그리고 국민 설득도 어려워 보인다”며 “더구나 단기간에 결정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정개특위를 통해 제안된 안으로 국회의 합의, 결론을 쉽게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원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도 자리했다.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선거제도 관련 질의에 답변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박찬진 사무총장에게 '현행 선거구가 너무 지나치게 인구에 따른 선거구제인데, 대안이 있는가'를 질의했고, 이에 박 사무총장은 “그 부분은 상당히 공감하지만,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은 각자 준비해온 발언에만 충실했다. 또 회의 시작부터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의원들만 자리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여야 내부에서도 “토론이 아닌 일방적 말잔치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국회 전원위는 오는 13일까지 4차례 집중토론을 통해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