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유 정제과정에서 대량 발생하는 값싼 황 폐기물로 고부가가치 적외선 투과 고분자 렌즈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소재는 향후 자율주행 나이트비전, 스마트 가전·센서 시스템, 의료·진단용 열감지 카메라, 군수용 야간 감시 카메라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은 김동균 박사팀과 위정재 한양대 교수, 이경진 충남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다양한 적외선 광학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고강성 적외선 투과 역가황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역가황 고분자는 많은 황에 적은 유기물을 섞어 만드는 고분자다.
적외선 투과 광학 소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통과시키는 소재로, 열화상 카메라 렌즈나 인체감지 적외선 조명 센서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셀렌화 아연(ZnSe), 저마늄(Ge), 칼코게나이드 유리 등 '무기물 기반' 소재로, 주요 원재료가 비싸고 소재를 렌즈로 가공하기도 어려워 대부분 상당한 고가다.
전 세계 연구진이 값싼 황 폐기물을 활용한 다양한 역가황 고분자 신소재 개발에 나섰으나 온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말랑해지는 탓에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높은 적외선 투과 특성을 갖는 역가황 고분자 소재도 황의 비중을 높이면 투과도가 상승하지만 강도가 낮아지는 '상충관계'를 극복하지 못해 광학 부품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황에 'TVB 가교제'를 첨가하는 방식을 썼다. TVB 가교제는 서로 단단하게 연결되고 유연한 황 고분자 사슬이 그 주위에 연결된다. 황 함량이 높은 영역, 가교가 함량이 높은 영역으로 미세 상분리돼 상충관계를 극복하는 소재를 합성할 수 있었다.
개발된 황 함량 80% 고분자 신소재를 테스트한 결과 1.1㎜ 두께 필름으로 제조 시 기존 보고된 황 함유 고분자 소재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우수한 적외선 투과도를 보였다.
그리고 92.6도 수준으로 유리 전이온도(고분자 소재가 말랑해지는 온도)가 매우 높아, 상온에서 안경 렌즈와 유사한 수준인 2기가파스칼(㎬)의 강성을 보였다.
개발 신소재를 몰드에 넣어 고온 압축 성형하면 깨끗한 필름을 얻을 수 있으며 사용 중 부서진 소재도 동일 공정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영국 원장은 “개발한 기술은 값싼 황 폐기물로부터 고부가가치 고 황 함유량 고분자 소재를 합성하는 플랫폼 기술로, 이미징 기술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에너지 등 응용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 3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기술연구실 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소재융합혁신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