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챗GPT가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근래 어느 세미나에서든 단연 화제는 이것이었다. AI 관련 정부도 그동안 꽤 많은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디지털 전환 R&D' 지원을 위해 2025년까지 총 61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보다 앞선 1월에는 '산업 AI 내재화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 AI 내재화 전략'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산업 생산 현장에 AI 솔루션을 적용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수요기업의 AI 활용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련히 잘 협력하겠지만 이 정책만큼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에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이것이 우리 산업 전반, 특히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산업 경쟁력에서 AI나 디지털기술은 '필수'라는 표현을 넘어 '보편'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또 특정 산업의 범주를 넘어 '보편적 기술 역량'으로 자리 잡았고, 결과적으로 기업과 산업의 경쟁 역량을 재정의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어떤 산업에 필요한 역량이란 것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지금 많은 산업의 핵심 역량은 데이터 소싱, 처리, 분석, 알고리즘 개발 같은 디지털 역량이다. 이것이 바로 많은 빅테크기업이 자신의 본업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산업에서조차 성공하고 번영하는 이유가 됐다.
특히 이것이 제조 경쟁력에서도 핵심이 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 봐야 할 개념 하나가 있다.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의 제조 생산성을 압도하기 시작하던 무렵 대두된 개념 가운데 하나가 제조성(manufacturability)이었다. 일본기업이 탁월한 이유가 이들이 월등한 제조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조직화되어 있다는 평가였다.
인더스트리 4.0이 주창되었을 때 방향 역시 제조 및 공정, 재고와 물류 관리에 이르는 공급망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지능화'한다는 것이었다. 인더스트리 4.0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오늘의 초거대 AI의 방향성을 한번 짚어 본다면 왜 이것이 우리 산업의 생산 현장에 반드시 적용되도록 해야 하는지 자명해 보인다.
여기 정부가 꼭 이 정책을 성공으로 매듭지어야 하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른바 '생성형 기술'이라는 새 공공기술 정책의 등장이다. 이 생성형이란 용어가 요즘 쓰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연상시키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개념의 출처는 다르다.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c Erickson)이 제기한 생성성(generativity)을 말한다. 그의 주장처럼 생성성의 의미를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심리나 경향을 말한다고 본다면 AI는 여기에 딱 맞고 그렇게 활용돼야 한다. 즉 많은 산업과 다양한 제조업에서, 비록 이 기술이 원래 그런 목적으로 착안된 것은 아니지만 산업의 제조 공정과 가치사슬을 혁신하고 생산성에 기여하는 생성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인식이 정부와 정책에 수용돼야 한다.
산업과 제조 경쟁력에 기여하는 새 기술이 비단 AI만은 아니겠고, 이것이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정부는 우리 산업, 특히 제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이 생성형 기술을 찾아내고 육성하며, 여러 산업과 기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확산해야 한다. 이것이 기술정책의 미래 역할이자 새로운 정의의 공공기술정책이라 하겠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ET대학포럼 좌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