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10일부터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이들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마련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개의 개편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다만 거대 양당이 선거 과정에서 비례위성정당을 출범하면서 독점이 심해졌다. 제21대 총선 결과 위성정당 비례의석 포함 거대 양당의 의석점유율은 95.3%로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역대 총선 결과 중 최고치다.
◇중·대 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첫번째 안인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구에 각각 다른 선거제를 적용하는 복합선거구제다. 대도시는 지역구마다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농어촌 등 인구 희박 지역은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각각 적용한다.
또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권역의 구분을 6개 또는 17개로 하고 권역별 의원정수는 권역별 인구수(또는 지역구의석수)에 비례하여 배분하거나 인구범위 2:1 안에서 수도권 외의 인구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배분(3-2)하는 방식을 병기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제도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따른 사표 발생이 줄어든다는 점과 사회 내 소수세력 대표의 원내 진입 장벽이 낮아져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열세지역에서의 비례대표 당선인 배출을 통해 권역별로 다양한 정당 소속 의원 선출이 가능하며 비례대표의석수가 증가할수록 획득 가능한 의석이 늘어나는 등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또 비례대표의원들이 지역대표성을 갖고 선출돼 활동함으로써 지역의 의견을 입법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선거구당 선출인원 증가에 따른 대표성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선거구 확대에 따른 정치비용 증가, 선거과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권역별로 유의미한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는 현행처럼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에는 권역별·준연동형 배분 방식을 도입하는 안이다.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선출하고, 배분 방식은 준연동형을 적용한다.
특히 비례대표제의 경우 권역 구분은 6개로 하고 권역별 의원정수는 권역별 인구수(또는 지역구의석수)에 비례해 배분하거나 인구범위 2:1의 범위 안에서 수도권 외의 인구에 가중치를 부여해 배분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다만 사실상 21대 총선에 적용된 선거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례위성정당 창당'의 우려를 불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는 4~7인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구·병립형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각 정당은 순위를 정하지 않은 후보자명부를 제출하며 선거인은 하나의 정당과 그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중 1인을 선택해 해당 정당기표란과 후보자기표란에 각각 기표할 수 있다. 지역구 의석의 배분은 각 정당의 득표비율에 해당 선거구의 의석 정수를 곱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해당 정당이 배분받은 의석의 범위 내에서 후보자의 득표순에 따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비례대표는 현행처럼 전국을 단위로 하고, 비례대표 배분방식은 준연동형에서 병립형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전면적 비례대표제'다.
해당 제도는 지역구 의석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만큼 비례성이 대폭 강화된다. 또 사표발생이 감소하고 특정 지역의 의석 독점이 어려워져 지역주의가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른바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유리한 탓에 지명도가 높은 인사나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분석도 있다. 인지도가 다소 낮은 정치신인들에게 문턱이 높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의원 간 입장 차로 '소선거구제' 유지할 듯…'비례대표제'는 변화 카드 만지작
국회는 전원위원회 개최를 통해 선거제 개혁을 두고 각 의원들의 의견을 확인했다. 선거제도 개편안은 정개특위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후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선거제 개편이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석패율제 도입, 지구당 부활 등을 포함한 정당법 개정 등 다양한 정치개혁 안건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원마다 입장이 사뭇 달라 최종안을 내놓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결국 선거제 개편 과정에서 여야가 협의를 통해 최종 선거제 개편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양당이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소선거구제를 다시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의미다. 또 선거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각 당이 싱크탱크(여의도연구원, 민주연구원) 등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여러 차례 돌리며 각 제도의 유불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현실적인 이유'로 소선거구제에 대한 언급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주장한 것 역시 소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협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이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이를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소선거구제 유지에 대한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세 가지의 안을 합쳐 새로운 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소선거구제를 선택하더라도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방식이다. 전원위 논의 과정에서도 국회의원들은 각 안건을 논의하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다만 양당이 '위성정당 재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인 탓에 소선거구를 유지하되 비례대표제를 일부 수정하는 안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원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을 국회가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지 구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원 수를 늘리지 않는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의원 수를 늘리고 이들의 특권을 줄이는 방식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