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이야기] KASA모델이 임팩트금융의 밑거름이 되기를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지난달 15일 부동산 조각투자 선도 기업인 KASA가 증권사에 매각됐다. KASA는 소액의 조각투자만으로 빌딩을 소유할 수 있는 임팩트금융의 대표적 모델이다. 부동산신탁을 통해 수익증권을 유동화해 KASA가 제공하는 수익증권 거래소 플랫폼에서 투자자가 소액으로도 공모 청약 및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 다운로드 37만건, 회원수 17만명을 기록했다. 다만 KASA는 수익률이 높게 예상되는 대상 부동산 물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함께 대상 부동산 인수 자금을 유치하는 데도 경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KASA는 임팩트 금융의 초기 모델들이 그렇듯 지속 가능성에 한계를 보여 왔다. KASA는 팬덤이 동반되는 구독형 투자자금 조달 모델이 아니었다. 투자수익 이외에는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에 조각투자자의 관심을 지속해서 끄는 데 쉽지 않은 모델이었다. 정부의 증권형 토큰 허가 분위기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가능성을 본 금융기관이 인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스타트업에는 KASA 모델을 참고로 임팩트금융 모델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KASA를 비롯해 공동구매, 크라우드펀딩 등 1세대 임팩트금융의 약점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통신네트워크 발달로 도래한 정보대칭 시대는 엘리트와 대중 간 경계를 무너뜨려 대중주도사회(Crowd-based Society)를 탄생시키고 있다. 대중주도사회를 이끌게 될 대중이 주도하는 자발적 금융이 바로 '임팩트금융'이다. 임팩트금융에 참여하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또는 지원금, 공공기관과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예산을 받기 위해 신청서나 제안서를 작성하는 이른바 그랜트라이팅(Grant Writing) 노하우가 스타트업의 임팩트금융 모델링에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이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단계로 접어든 만큼 사회적 합목적성을 전제로 사회적 참여 보상이 설계된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가 녹여져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KASA의 사업 모델은 사회적 합목적성과 참여자 혜택의 확장성, 구독형 팬덤을 유지할 수 있는 대중주도 사회를 이루는 참여자의 유희적 동기가 다소 부족했다. KASA가 선택한 빌딩에 조각투자하고 주식과 같이 사고파는 작은 기쁨을 누릴 수는 있었지만 임팩트금융이 갖는 강력한 팬덤이 확대 가능한 다양한 혜택 제공에는 부족했다. 부동산 특성상 수익증권거래소에 등락이 크게 오갈 수 없는 구조적 한계도 보여 충분히 자극적이지도 않았다.

임대, 대관, 리스, 렌털, 구매 등에서도 조각 투자자를 넘어 조각 주인으로서의 혜택이나 권리를 찾기 어려웠다. 구독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의무투자도 아니었으며, 의무와 책임이 없기 때문에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2~3년에 걸쳐 매각 수익률이 10% 이상을 보이고 있지만 소액 조각 투자자들의 가계소득에 큰 보탬이나 자극이 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스타트업이 임팩트금융을 포함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설계하고 있다면 그랜트라이팅에서 제시하는 사회적 명분, 참여자 주도 보상, 강력한 팬덤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 여부를 명확히 체크해야 한다. 중개플랫폼 시대가 20년도 안 돼 프로토콜플랫폼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프로토콜경제에서 요구하는 ESG라는 명분과 참여자의 혜택,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유희적 요소를 명확히 녹여 넣는 것이 차세대 임팩트금융 스타트업의 생존 요소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