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 주도로 지구 온난화에 의한 가뭄이 일상화되는 시점을 세계 최초 추정한 국제 공동 연구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2022년 지구·환경·행성 과학 부문 톱25 논문에 선정됐다.
KAIST는 김형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건설 및 환경공학과·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겸임)팀이 논문 'The timing of unprecedented hydrological drought under climate change'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17일 밝혔다.
이 논문은 김형준 교수팀 소속 유스케 사토 연구교수가 주저자로 출판한 논문이다.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서 등재된 총 7900편가량의 논문 중 7분야에서 분야별 상위 25편씩 총 175편이 선정됐다. KAIST 연구진은 세계적 권위가 있는 국제학술지에서 상위 약 2%에 드는 성과를 거뒀다.
KAIST와 도쿄대, 일본 국립환경연구원 등 7개국 13기관은 수치모델을 이용해 전 지구 하천유량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가뭄이 일어나는 빈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중해 연안이나 남미 남부 등 지역에서 이번 세기 전반~중간부터 과거(1865~2005년) 가뭄 빈도 최대치가 5년 이상 지속되는 등 비정상 사태가 빈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로 어느 지역에서는 십여년 안에 이와 같은 '재난 일상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다만,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면 가뭄 일상화 시점이 늦어지거나 지속 기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6월 28일자에 출판됐다. 전 세계 가뭄 발생의 미래경로에 있어서 탄소중립 실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정 지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적극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김 교수는 “지구 온도가 1.1도 상승했는데 임계점으로 불리는 1.5~2.0까지 상승하면 과거 최악의 가뭄이 일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1.5도 상승은 현재 탄소배출 추세라면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팀은 최근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초래한 가뭄, 홍수 등 손실·피해를 산정해 보상 규모를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메타어스(Meta-Earth)' 기술을 개발했다.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래 기후변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디지털트윈 기술로 시각화한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 기술로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태풍 호우가 더 잦아졌다는 가설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면서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각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규모와 앞으로 더 자주 강한 수위로 발생될 손실·피해 규모를 명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