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결국 사과…더 큰 위기 오나

對與 투쟁동력 상실·내년 총선 악재 분석
비명계 단합 등 李 리더십 타격도 우려
"송 前 대표 귀국 요청…빠른 수습 노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전히 사태의 실체적 진실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여 투쟁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해당 의혹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는 15일 '당 차원의 기구'를 통한 조사를 언급한 뒤에도 관련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이 자칫 계파 갈등으로 번져 이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이를 조기 진화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당 차원의 조사를 언급했던 기존 입장과는 달리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 요청과 '송영길 전 대표 조기 귀국 요청'을 공개한 것도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대비책으로 풀이된다. 또 이를 빌미로 비이재명(비명)계가 뭉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 송 대표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이후 취재진과 만나 “(송 전 대표에게) 통화와 문자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락했다. 당의 공식 루트를 통해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돈봉투 사건으로 인해 대여 투쟁 전선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읽힌다. 지도부 내에서조차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인해 민생 법안 추진 동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제3자 형식의 강제동원 배상안, 독도 문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이후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이 터졌던 정순신 변호사,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 등 각종 논란 속에 민생을 강조하며 정부·여당과 각을 세워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연이은 지지율 하락 역시 대여 공세의 결과물이었다. 결국 이 대표의 전격적인 입장 발표는 이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다.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되더라도 이번 사태가 내년 총선을 치르는 데 민주당의 악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총선 공천 과정에서 돈봉투 의혹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당내 네거티브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총선 공천이 임박한 상황에서 돈봉투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형태로 당내 파열음이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 대표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돈봉투 의혹으로 인해 민생 동력을 상실할 수 있어 걱정”이라면서도 “그래도 대여 전선 투쟁의 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나라와 민생을 위해서 앞으로도 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돈봉투 사태를 계기로 지지율 반전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세 수위를 높이며 공중전을 펼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부정부패에 찌든 민주당의 민낯이 드러났다. 선거 때마다 국가 재정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뿌리며 표를 사려했던 민주당의 DNA가 당내 선거에서는 내부 조직 상대로 더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작동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가히 더불어돈봉투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쩐당대회' 핵심에 있는 송 전 대표가 하루빨리 귀국해서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밝히는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