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뒤 눈시울 붉힌 신보민, '내 골프는 이제 시작' [윤현준의 드림투어 스토리]

신보민,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
95년생 김효주, 고진영과 동갑내기... 늦었지만 '이제 부터'
높았던 정규투어 벽... 2021년 시즌 곱씹으며 정규투어 복귀를 위해 노력
최선을 다한 동계훈련, '정규투어서 내 실력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자 신보민 선수 경기모습.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자 신보민 선수 경기모습.

지난 14일(금), 전북 군산에 위치한 군산CC에서 열린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자 신보민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이야기 하던 중 끝내 목이 메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랜 시간 본인의 투어 선수로서의 도전을 믿어주고 응원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였다.

신보민은 1995년 생으로 김효주, 고진영 등 이미 국내를 넘어 해외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동갑내기다. 많게는 10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선수들과 정규투어도 아닌 드림투어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컵을 들고 있는 신보민 선수.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컵을 들고 있는 신보민 선수.

신보민은 “솔직히 골프가 금전적으로 적게 드는 것도 아니고 연습라운드도 많이 하는 편이라 한 달에 돈을 얼마나 쓰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시기에 우승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지금까지 믿어준 만큼 앞으로도 쭉 믿어준다면 성적으로 보답할게”라며 부모님께 고마움을 표현했다.

신보민은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아버지가 베트남 호치민으로 발령이 나자 가족과 함께 베트남으로 향했다. 여기서 운동을 좋아했던 신보민은 축구 선수를 하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골프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경험하기 위해 약 2년간 캐나다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 뒤 기뻐하는 신보민 선수.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 뒤 기뻐하는 신보민 선수.

캐나다에서의 골프 생활은 한국과 다르게 잔디에서 다양한 샷과 연습을 할 수 있었고 특히 제재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많은 상상을 하며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특별히 레슨을 받지 않고 스스로 골프를 하던 신보민은 본격적으로 골프선수의 길을 걷고자 한국으로 귀국해 전문 코치에게 레슨을 받으며 골프선수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환경에서 혼자서 골프를 해온 신보민에게 전문적인 스윙 코치에게 레슨을 받으며 하는 골프는 쉽지 않았다.

지금은 175cm로 큰 신장의 신보민이지만 당시는 또래에 비해 신장이 작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멀리 치기 위해 몸을 많이 쓰는 스윙이 몸에 익었는데 정형화된 스윙을 배우기 시작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적이 이어졌고 어색한 자세에 비거리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동안 큰 스트레스 없이 골프를 하던 신보민은 “'골프가 이렇게 어려웠었나'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 기분을 전했다.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자 신보민 선수 경기모습.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자 신보민 선수 경기모습.

좋은 면도 있었다. 혼자 하던 골프에서 주위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거웠고 이들이 하는 것을 보며 동기 부여가 커지기도 했다. 어색했던 자세도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졌고 성적도 좋아졌다.

해외에서 골프를 시작한 탓에 중, 고교 시절 특별한 입상 경력이 없던 신보민은 또래인 95년생 중에서도 빠른 편인 2012년 8월에 KLPGA 정회원을 획득했다.

하지만 쉽게만 여겼던 정규투어의 진출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드림투어에서 보낸 신보민은 2020년, 'KLPGA 2020 KBC 드림투어 with WEST OCEAN CC 1차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해당 시즌 상금순위 13위를 기록, 입회 후 무려 8년 만에 2021년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한다.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의 벽은 역시 높았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수령한 대회는 단 3개 대회.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자 신보민 경기모습.
KLPGA 2023 엠씨스퀘어·군산CC 드림투어 2차전 우승자 신보민 경기모습.

신보민은 “2020년 드림투어 우승 당시도 샷이나 이런 것이 썩 좋지 않았다. 근데 퍼트가 엄청 잘 되며 덜컥 우승을 했다. 이후에도 샷은 좋아지지 않았고 그런 상태로 정규투어에 올라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전까지 정규투어 대회를 단 한 번도 출전해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코스 세팅이 너무 어려웠고 여기에 샷도 엉망이라 성적을 낼 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지난겨울 뉴질랜드에서 8주 간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신보민은 다시 한 번 드림투어 정상에 올랐다.

신보민은 “오전에 라운드, 오후에 연습, 저녁 후에는 체력 훈련을 8주간 계속했다.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고 말한 뒤 “아이언 샷만 쳤다. 특히 낮은 탄도의 샷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물론 쇼트게임 연습도 했지만 많은 시간을 아이언 샷 연습에 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승의 원동력으로 “동계 훈련의 성과인지 어제와 오늘 아이언 샷이 가장 좋아 버디 기회가 많았다. 사실 1라운드에는 버디 찬스를 놓친 것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몇 개 놓쳐서 흔들릴 뻔했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해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로 빨리 2승을 하고 싶다는 신보민은 “드림투어에서 2승을 하면 정규투어 1개 대회를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이 있다. 정규투어에 나가서 그동안의 훈련으로 좋아진 내 샷이 정규투어에서 어느 정도 통하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이버 비거리와 그린 주변 벙커 샷이 가장 자신 있다는 신보민은 골칫거리였던 아이언 샷까지 좋아졌다고 말한다.

올 시즌 20개 대회 중 3개 대회를 마친 드림투어. 비록 남들보단 늦었지만 오랫동안 투어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신보민의 올 시즌 행보를 주목해보자.

<글, 사진=윤현준 골프채널 기자>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