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연결'과 '인공지능(AI)'를 올해 가전 소프트웨어(SW)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지난 3월 새로운 가전 라인업으로 발표한 '비스포크 라이프' 브랜드 가치를 AI SW 혁신으로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팀장 부사장은 19일 “가전 SW 경쟁력의 최우선 가치로 '연결 경험의 혁신'과 '가전제품 지능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끊김 없는 연결 환경 속에 지속적인 성능 최적화와 다양한 신기능 업그레이드로 소비자 경험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 가전이 SW 기반 진화를 거듭할 것임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TV 화질, 청소기 흡입력 등 가전 본연의 성능 강화와 디자인 차별성을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고도화된 AI SW를 통해 쓰면 쓸수록 사용자 요구에 맞춰가는 '성장하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가전 SW의 이같은 기조는 최근 비스포크 라인업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모든 비스포크 제품에 와이파이를 탑재했고, AI 탑재 제품도 15종으로 확대했다. 유 부사장은 “해당 제품들은 TV와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소형기기들과 연결돼 고객의 실시간 상황에 맞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AI SW를 통한 진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비스포크 오븐은 자동으로 식품의 종류와 분량에 맞춰 최적 모드를 설정하고, 인덕션은 온도 패턴을 분석해 끓어 넘침을 방지한다. 로봇청소기와 휴대전화를 연결해 아이를 케어해주는 '우리아이 마중하기'는 올해 새로 선보인 대표 AI 혁신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나아가 의류 재질과 세제 종류, 세탁량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세탁부터 건조까지 하는 세탁기, 내부 식품 정보와 소비자 건강 패턴을 파악해 보관 방법과 레시피를 추천하는 냉장고까지 비스포크 AI 기능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핵가족화와 맞벌이,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사회적 변화도 배경이 됐다. 삼성전자는 어르신 고객층 등 가전 관련 케어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가정환경에 맞춰 가족들을 케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AI SW로 구현할 예정이다. 직접 조작해야 움직였던 가전을 넘어 고객 일상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케어 가전'을 최종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유 부사장은 “AI가 가전에서 수행하는 핵심 역할은 고객의 니즈(Needs)와 맥락(Context)을 이해하고 알아서 기기를 운전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AI 가전 포트폴리오 제품들의 '연결'로 완성되는 새로운 생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미영 부사장은
2000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20년 넘게 가전 SW 개발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2021년 정기인사에선 SW 분야 첫 여성 전무로 승진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스마트TV용 핵심 SW와 그랑데 AI 세탁기 개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음성인식, 비전인식, 데이터 인텔리전스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에 접목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