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기업인, 반도체·배터리·에너지 '공부모임' 결성…협력모델 발굴

한·일 기업인이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분야 협력 모색을 위한 스터디그룹을 결성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양국 교류 회복 분위기를 경제와 산업 실무단계 성과로 이어 간다는 취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서울재팬클럽(SJC)은 20일 서울 대한상의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일 경제협력 스터디그룹' 첫 모임을 가졌다. 대한상의는 “한·일 기업인들이 경제협력 공부 모임을 통해 양국 경제계 간 협력 요구를 파악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이구치 카즈히로 한국미쓰이물산 대표(왼쪽 다섯번째부터) 등 한일 기업인들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이구치 카즈히로 한국미쓰이물산 대표(왼쪽 다섯번째부터) 등 한일 기업인들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다.

대한상의 측에서는 우태희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박준성 LG 전무 등이 참석했다. 서울재팬클럽 측은 이구치 가즈히로 한국미쓰이물산 대표(서울재팬클럽 이사장), 사토 도시노부 한국미쓰비시상사 대표(부이사장), 오하시 다이스케 한국스미토모상사 대표(부이사장), 마에카와 나오유키 JETRO 서울사무소장, 오사토 뎃페이 일본상의 서울사무소장 등이 참석했다.

스터디그룹은 양국 기업 간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모색하는 실무협의체로 활동한다. 대한상의가 해외 기업집단과 경제 협력을 주제로 정기 협의체를 조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터디그룹은 미래 핵심 분야인 반도체·배터리·에너지를 타깃으로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반도체법 공동 대응과 함께 일본 수출규제 품목 해소에 관한 기업 측면의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재팬클럽은 1997년에 설립된 한국 내 최대 일본계 커뮤니티로, 1600개가 넘는 법인 및 개인회원이 소속됐다. 비즈니스 정책 제언이나 한·일 교류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양국 기업인 모두 지난 3월 12년 만에 개최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민간 차원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통신인프라·인적교류 등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분야와 탄소중립 및 수소기술 등 녹색전환 분야에서 경제협력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터디그룹에 참여한 일본 기업인은 “위축된 양국 기업과 민간 교류가 예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으면 좋겠다”면서 “양국 대기업이 협력에 물꼬를 트는 모범 사례를 먼저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스터디그룹은 반도체·배터리·에너지뿐만 아니라 벤처, 6세대(6G) 통신 등 분과를 두고 타 협단체와 협력할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해당 업종에서 기술력이 높은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을 파악해서 모임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금 한·일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만큼 양국 경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호기”라면서 “대한상의는 좋은 협력 사례를 찾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