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 전고체 배터리 최초 상용화 도전…"2030년까지 20조원 투자"

#리튬이온 배터리 한계를 극복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민·관이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 또 향후 5년간 이차전지 양극재 국내 생산 능력을 4배, 장비 수출액을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도 강화한다.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 전고체 배터리 최초 상용화 도전…"2030년까지 20조원 투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 공장을 국내에 구축할 예정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로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정할 수 있고 화재 위험성도 낮은 장점이 있다. 기존 배터리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어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를 2020년대 후반으로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는 가장 앞서 나간다고 평가받는 토요타가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및 소부장 업계가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면 리튬이온 배터리에 이어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도 한국이 시장 주도권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원통형 4680 배터리, 코발트프리 배터리 등 최첨단 제품 생산과 기술·공정 혁신이 이뤄지는 마더팩토리를 국내 구축한다. 국내 생산을 먼저 하고 해외에서도 양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 전고체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유망 이차전지 기술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차량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소부장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밸류체인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도록 소부장 기업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건설 중인 배터리 3사 공장에서는 국내 기업의 소재를 절반 이상, 국내 장비를 90% 이상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차전지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수록 국내 소부장 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소재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한데 이어, 광물 가공기술까지 세액공제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장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주요 장비 기술을 '소부장핵심경쟁력 특별지원법'상의 핵심 기술로 신규 지정해 R&D와 5000억원 규모 정책 펀드를 집중 지원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용 장비 개발을 위한 R&D 예타도 신규 기획할 계획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를 통해 향후 5년 내 국내 양극재 생산용량은 4배(38만→158만톤), 장비 수출은 3배 이상(11억→35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5년간 현재 주류인 삼원계 배터리를 비롯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개발에 3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이차전지 전 제품군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한다. 현재 중국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는 2025년까지 전기차용으로 양산하고 2027년까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원계 배터리는 2030년까지 주행거리를 800㎞ 이상으로 늘리고, ESS는 수출 규모를 2030년까지 5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 국내 이차전지가 100% 순환되는 시스템도 만든다. 민간이 자유롭게 사용후 배터리를 거래하고 신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중심으로 사용후 전지 관리체계를 마련한다. 사용후 배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차전지는 글로벌 시장과 기술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보다 과감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2030년까지 기술과 시장 점유율에 있어 명실공히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민·관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차전지 산업 육성 계획에 산업계도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특정 산업 분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이차전지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 산업계의 기대감이 크다”면서 “그동안 산업계에서 요청한 정책들도 상당 부분 전략에 반영된 것에 대해서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