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에서 개발해 공개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2022년 11월 30일 출시 이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이며 출시 닷새 만에 100만명, 2주 만에 2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100만명의 이용자 확보에 넷플릭스 3.5년, 에어비앤비 2.5년, 페이스북 10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단기간이라 할 수 있다. 전례가 없는 AI 서비스 기록이다. 기록만 봐도 챗GPT 관심과 활용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이해할 수 있다.
챗GPT뿐만 아니라 미드저니, 달리(DALL·E2)와 같이 그림을 그려 주는 생성형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림에 소질이 없던 사람들에게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필자와 같이 그림에 핸디캡이 있던 사람에게는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성형 AI 기술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교육 분야에서 여러 이슈가 나타나고 있다.
◇챗GPT 관련 다양한 교육 이슈들
챗GPT가 등장하면서 언론을 통해 교육 분야의 여러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 3월 말 실시한 1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챗GPT 보급에 따른 문제점으로 학교 과제와 자기소개서 부정행위, 저작권 침해, 허위 정보 확산, 창의성 감소 등이 심각할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분야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이슈는 학생이 과제물을 작성할 때 챗GPT를 활용하면서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다.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다양한 글쓰기 과제를 부여하는데 챗GPT를 사용해서 과제물을 작성하거나 일부 표현을 수정해 제출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윤리강령을 제정하기도 하고 윤리 서약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검색 기능을 처음 활용할 때 등장한 이슈와 같은 문제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근본적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의 경우 과제로 부과하기보다는 수업 상황에서 직접 글쓰기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료를 찾아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 출처를 표기하고 참고문헌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은 글쓰기 평가에 더해 본인의 글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해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슈는 챗GPT 사용 연령 부분이다. 초기에는 챗GPT를 아주 어린 학생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한 상황이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 챗GPT를 수업에 활용한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현재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홈페이지에 명시된 사용자 가이드에는 13세 이상 사용이어서 초등학생 사용은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8세 미만의 경우에는 부모나 보호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교사 지도 아래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로그인 단계에서 나이 제한은 하지 않지만 여러 측면에서 연령 제한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이슈는 챗GPT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학생의 학습 역량 신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은 사고 과정이기 때문에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챗GPT는 문제를 입력하면 즉시 답을 제시하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생각할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면 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 챗GPT의 과도한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교사나 학부모 지도 아래 제한된 상황에서만 챗GPT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이슈는 챗GPT를 활용해서 학습하는 경우 오개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인 챗GPT는 문장을 생성하는 AI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학습한 데이터의 특징 때문에 예를 들어 한국사의 학습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완전히 틀린 답을 내놓기도 한다.
삼국통일을 한 이순신 장군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면 이순신 장군이 삼국통일의 주역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챗GPT 답변에 대해 정확성을 판단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장기 학생은 공인된 교과서와 전문가 도서 및 자료를 활용해서 학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다섯째 이슈는 윤리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AI 기술은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학습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가 크게 부각된다. AI 기술이 수집한 개인정보는 사용자의 성격, 취향, 건강 상태, 지역, 연령, 성별, 인종 등과 같은 매우 민감한 정보를 포함할 수 있다. 이는 곧 AI 기술이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하면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이로 말미암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일반적 AI 활용 문제가 챗GPT 활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올바른 가치관에 기반을 둔 디지털 시민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이슈는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다.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 가운데에서 저작권 보호를 받는 작품 등을 원저작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해 대화를 생성하는 경우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저작권자가 이를 인지하고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 챗GPT 사용자가 스스로 저작권 문제를 인지하고, 원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상업적 이용 시에는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어린 나이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글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할 경우 출처를 확인하고 반드시 원저자를 밝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챗GPT의 교육적 활용 방향
AI 기술은 교육 분야에도 활용돼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뤄지던 평균 지향의 대량교육 체제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을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도입한 대량교육 체제는 학생 개별성을 존중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수준과 속도로 교육받아야 하는 학생은 교실에서 소외됐다.
그러나 AI 기술 도입으로 개인별 맞춤형 진단과 개별화된 학습 지도를 통해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공산이 높아진 것이다.
챗GPT는 교육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학습자에게 질문하고 학습자가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교육이 이루어졌지만 챗GPT를 활용하면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찾고 답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챗GPT를 활용하는 이상적 교육 방식은 학생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학습이다. 학생은 자신이 든 의문점을 챗GPT에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에게 호기심과 자발성이 증진되며, 문제를 해결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미래 교육은 학생 중심 교육을 의미하며, 학생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진다. 챗GPT는 학생이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따라서 챗GPT와 같은 AI 기술은 학생 중심 교육 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은 챗GPT를 활용하면서 △맞춤형 교육 확대 △플립러닝 기반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 확산 △대화형 학습 확대 △글쓰기 교육 혁신 등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챗GPT와 같은 AI 기술은 교육 분야에서 교수자에게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와 같은 AI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면 학습자는 개별 맞춤형 학습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학부모와 교수자는 더 효율적으로 학습자를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사용된 그림은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미드저니'를 활용해 만든 것임을 밝힙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jychung@ewha.ac.kr
〈필자〉정제영 교수는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미래교육 전문가다. 정 교수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4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부에서 사무관과 서기관을 거치며 교육정책 기획 및 집행을 수행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해 교육학과장, 호크마교양대학장,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교육부가 지정한 미래교육연구소장, 창의교육거점센터장을 맡고 있다.